'인비저블 라이프' 엄격한 가부장제가 불러온 평생의 그리움
'인비저블 라이프' 엄격한 가부장제가 불러온 평생의 그리움
  • 배수경
  • 승인 2020.06.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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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향한 강압적인 사회 속
아버지로 인해 헤어진 두 자매
결혼·출산으로 접어야 하는 꿈
애틋한 자매애·여성연대 다뤄
칸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
인비저블라이프
 

24일 개봉한 ‘인비저블 라이프’는 제 72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영화는 1950년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거침없이 울창한 숲 속으로 걸어가는 언니 귀다(줄리아 스토클러)와는 달리 동생 에우리디스(캐롤 두아르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언니를 간절하게 부른다. 그녀의 이 외침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기다림의 시작이다.

‘보이지 않는 삶(Invisible Life)’은 1950년대 브라질 여성들의 삶이기도 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며 만나지 못한 귀다와 에우리디스 두 자매의 삶이기도 하다.

자유분방한 언니 귀다는 사랑을 쫓아 그리스로 떠나지만 결국은 임신한 몸으로 혼자 돌아온다. 딸에 대한 걱정보다는 가문의 명예를 중요시하는 아버지는 그녀를 매정하게 내쫓는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 순응할 따름이다. 이후 두 자매는 같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평생 서로를 그리워한다. “가족은 핏줄이 아니야. 사랑이야”라는 귀다의 대사를 통해 우리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실제 귀다는 가족이 아닌 이웃여성 필로멘가의 도움을 평생 받는다. 이러한 여성연대를 영화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동생 에우리디스는 결혼과 임신, 육아로 번번이 그 꿈을 접어야만 한다. 에우리디스의 남편 안테노는 얼핏 보기에는 훌륭한 가장으로 보이지만 여성의 꿈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에우리디스가 음악원 입학시험이 시작되기 전 피아노 위에 결혼반지를 빼놓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그녀는 그 순간 만큼은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을 떠올리며 쇼팽의 에튀드를 연주한다.

귀다는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여권을 만들려면 반드시 아이 아빠의 동의가 필요하다’ 거나,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으로 꿈을 접어야 하는 에우리디스를 통해 영화는 여성의 삶을 이야기한다.

청소년관람불가이긴 하지만 여과되지 않은 적나라한 장면들이 있어 보기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또한 그 시대 여성의 삶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장면으로 보인다.

가슴아픈 이야기와는 별개로 이국적인 색채를 담은 아름다운 영상과 피아노 선율은 14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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