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정직성은 학업만큼 중요하다
학업 정직성은 학업만큼 중요하다
  • 승인 2020.06.2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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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각 대학의 기말고사 기간이 한창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 시험으로 기말고사를 치르는 경우가 늘면서, 대학 기말고사 부정행위 관련 뉴스가 끊임이 없다. 최근의 한 대학은 오픈 채팅방에 700여명이 한데 모여 정답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곧 재시험을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당연히 예상되는 문제 아니냐는 후안무치(厚顔無恥)격의 이야기에서부터, 양심보다도 일단 학점이 중요한 거 아니겠냐는 말도 학생들의 동의를 심심찮게 받고 있다. 심지어 정직하게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제기하는 불만 자체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까지 있다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학업 정직성(Academic honesty)은 학문에 있어서 표절, 담합, 복제하지 않는 등의 거짓이나 꾸밈이 없는 것을 뜻한다. 사실 학업 정직성은 가르침의 일부분이 될 만큼 중요하다. 기술혁신을 통하여 정보에 접근하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학업윤리에 대한 필요성은 커져가고 있다. 꼭 지금과 같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학업 정직성은 학생들에게 체화되어야 하고, 학업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학업 정직성에 대한 지도는 학습의 전반에서 지도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어떠한 물건을 만들었을 때, 어떠한 글을 작성하였을 때, 그것이 온전히 자신이 생각하고 창조한 것인지 등은 확인하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인용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저작권 침해 기준 등에 대하여 배우는 것 등은 학생들이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 때 그 자체의 학습 외에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컴퓨터실, 도서관 등의 비롯한 모든 교과에서 철저히 감독되어야 하고, 철저히 걸러져야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교사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 역시 철저히 이 부분의 지도를 담당해야 한다.

학교에서 IB교육을 경험하면서 서양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교육 프레임의 차이를 종종 느낄 때가 있다. 학업윤리에 대한 엄격성이 그 중 하나다. 학업에 대한 정직성과 관련한 정책을 별도로 세워야 할 정도로 이들의 학업 정직성에 대한 요구 잣대는 높다. 이들은 학업 정직성을 배움의 기본 전제로 삼고 있는데다, 지식 행위자로서 헌신해야 할 신념으로 여긴다. 정직성이 없는 과제 등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배제됨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학업 정직성 정책을 수립하고 검토하면서 이 정책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이런 정도로 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지, 과연 우리가 어느 선까지 정직성이 없는 과제로 판단할 수 있으며, 배제된 학생의 평가물에 대해서 어떤 항의에 맞서야 할지 등의 의문이 많았다. 그래서 사실 완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작금의 대학 사태들을 보니 조금은 수긍이 간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학업 정직성에 대한 지도는 주로 정보화교육과 관련해서, 혹은 포괄적으로 통합교과나 도덕과에서 중점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아니면 그냥 반드시 지켜야 할 불문법과 같이 여겨질 뿐이다. 사실 학업에 대한 정직은 비단 단순한 정직한 마음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표절이나 저작권 등의 정보통신기술과 관련한 지엽적인 문제만을 지칭하는 내용도 아닐 것이다.

우리네 대학에서 발생한 부정행위에 대한 문제는 결국 비뚤어진 교육열이 낳은 문제가 아닌가 한다. 내가 진실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일단 좋은 결과만 나오면 된다는 사고방식의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했던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의 논리를 가지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대학에서 불거지는 이 문제들은 사실 대학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야말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학업 정직성이 더욱 철저하게 명문화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평가를 가정에서 실시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다른 IB학교의 선생님들과 이야기 나눈 적이 있었다. 대화를 하면서 이들의 관심 자체가 ‘교사가 직접적인 가이드를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학생이 온라인 평가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있었지, 가정에서 일어날법한 부정행위의 가능성은 조금도 고려 대상에도 두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를 망치는 일에 부모가 왜 나서냐는 거다. 우리와 고민의 지점이 완전히 달랐다. 나는 속으로 적잖이 놀랐고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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