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한숲맛이야기’…손으로 말하는 직원들의 ‘야무진 손맛’
포항 ‘한숲맛이야기’…손으로 말하는 직원들의 ‘야무진 손맛’
  • 이아람
  • 승인 2020.07.06 21: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 고용 모범업체를 찾아서]
농아인 6명 근무하는 한식당
수화로 주문하면 500원 할인
2호점 오픈…출장 뷔페 개시
한식 이어 중식·양식도 도전
장애인고용公 경북지부 지원
인건비·고객서비스 등 큰 도움
대표 “즐거운 환경 조성 노력
추후 지역 어르신 채용 계획”
한숲맛이야기뷔폐1
한숲맛이야기는 지역 내 코로나19 여파에도 ‘출장 뷔폐’ 로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했다. 밥과 반찬, 디저트 등 20종으로 구성되며 가격은 1인당 1만2천 원 가량이다.
 
한숲맛이야기 2호점
최근 문을 연 한숲맛이야기 2호점. 1호점의 한식 외 양식과 중식 등 신메뉴를 선보인다.
 
한숲맛이야기양식-2
‘한숲맛이야기‘ 2호점에서 선보이는 양식.
 
한숲맛이야기양식-2
‘한숲맛이야기‘ 2호점에서 선보이는 양식.

경북 포항에 있는 한식당 ‘한숲맛이야기’는 청각 손실 등으로 인해 언어구사력이 낮은 농아인 근로자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이다.

식당에 들어서면 차분함과 여유로움이 공존한다. 주방에 있는 농아인들은 저마다 표정이 밝고 자유로워 보인다. 비치된 안내판을 참고해 수화로 메뉴를 주문하면 메뉴당 500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김소향(여·46) 한숲맛이야기 대표는 본래 수화통역사로 농아인들을 상대로 한글 및 수화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농아인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청각과 언어능력은 떨어져도, 손재주가 뛰어나고 눈썰미가 좋아 무언가를 가르치면 곧잘 따라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또 손도 야무지고 빨라 섬세한 작업도 무리없이 해내 놀라웠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농아인들은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부리기 어렵다는 이유로, 장애인 근로자 채용에서도 기업에서 기피하는 하위군에 속했다. 이같은 이유로 여자 농아인은 취업을 아예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남자 농아인은 소위 3D업종에만 취업이 가능했다.

이들의 삶에 안타까움을 느낀 김 대표는 “농아인들이 즐겁게 근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에 손재주가 뛰어난 농아인들을 모아 2017년 9월 한식당 ‘한숲맛이야기’를 열게 된다.

한숲맛이야기에는 현재 6명의 청각장애인이 근무 중이다.

김 대표는 “개업 초기 화구 3개로 1년간 6억 원을 벌어들였다”며 “당시 봤던 농아인들의 가능성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이 많아질 수록 농아인들은 힘들어하기보다, 더욱 훌륭한 결과물을 쏟아냈다. 이들의 노력이 맛으로 승화되면서 입소문을 타 한숲맛이야기는 2호점을 오픈하게 됐다. 2호점에서는 기존 1호점의 한식을 포함한 중식, 양식 등도 다뤄볼 계획이라고 김 대표는 밝혔다.

또 올 초 지역을 휩쓴 코로나19로 한때 경영상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실업급여를 받지않고 식당의 어려움을 함께하겠다는 농아인들의 의지 덕택에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낼 수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대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소규모 돌잔치가 유행하면서 한숲맛이야기는 ‘출장 뷔페’를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현재 뷔폐의 경우 경북과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주문을 받고 있고, 밥과 반찬, 디저트 등 20종류를 1인당 1만2천 원 등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한숲맛이야기를 통해 모인 농아인들은 인생의 첫 직장을 얻고, 당당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자리를 잡았다.

특히 권정민(39·중증장애), 김현경(여·36·중증장애)씨는 사내에서 연을 맺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 일을 하면서 평생의 배우자도 만난 것.

이들은 “생활하면서 소통의 문제를 자주 겪게되는데, 이 곳에서는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며 “농아인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공간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숲맛이야기의 운영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북지부를 통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인건비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됐다는 것. 또 고용 유지나, 생산력 향상 등 부족한 부분을 바로 보완해줌으로써 고객서비스와 같은 기타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농아인들의 노력 외에도 장애인고용공단의 도움으로 2호점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제도권안에서 농아인의 생계를 꾸준히 보장하는 방법이 생겨나길 바란다”며 “또 2호점 레스토랑은 기존 청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지역 어르신들까지 채용범위를 넓혀 운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한숲맛이야기는 최근 삼성카드의 열린나눔프로젝트에서 1위에 선정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아람기자 aram@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