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학교에 가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아프면 학교에 가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 승인 2020.07.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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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나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의 총 12년의 기간 동안 쭉 개근이었다. 부모님은 내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보다도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여기시는 분들이셨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꽤 심하게 아파서 며칠이나 드러누워 있었던 때도 학교는 다녀왔던 기억이 남아 있을 정도다. 아마도 지금 학생들의 부모 세대 정도만 하더라도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하여 같은 가치를 지닌 분들이 많을 터다.

지난 6월부터 대구의 학교는 격일 등교 체제, 매일 등교 체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교육공동체 내의 확진자 발생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이제는 그때마다 나름대로 능동적인 대처를 하면서 학교 교육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사건이 생길 때마다 관련 학교나 학생들은 원격수업, 자가 격리 등을 실시하고, 방역에 문제가 없는 학교는 계속 등교를 하는 식이다. 방역이 깨끗하게 성공한 후의 등교라고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이제 어쩌면 ‘완전한 안전’이 보장되는 때란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연한 교육과정의 운영은 미래교육의 필연 중 하나다.

각 학교의 경우 격일등교 이후부터 생활방역 수칙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 수칙은 간단하다. 조금이라도 몸이 좋지 않으면 학교에 오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제는 37.5℃ 이상의 발열의 경우 학교에 오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하지만 오한이나 근육통, 두통, 콧물, 설사, 감기약을 복용할 때에도 등교하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취지에 대한 부모님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사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오전에 조금 몸이 좋지 않다가도 오후가 되면 금방 나아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들께서 이 정도의 사소한 증상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될까, 하는 마음을 가지시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어떤 부모님들의 경우 그런 정도는 보건실에서 돌보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시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감염병의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불가한 이야기다. 어디서 감염된 지도 모를 지역사회로부터의 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아이의 작은 증상도 더 세심히 돌아봐야 한다. 더불어 이런 학생들의 결석은 내 아이는 물론, 학급이나 학교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물론 그 기간의 결석은 당연히 출석으로 인정받는다.

특히나 아침마다 가정에서 휴대폰의 링크나 앱, 데스크톱 등으로 실시하는 ‘나이스 아침 건강상태 자가 진단’에 제대로 참여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매일, 그것도 1분 1초가 바쁜 아침 시간에 학생의 체온을 측정하는 것은 아주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학생이 무수한 다른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 집에서의 확인은 비극적인 집단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감염병 예방의 최선이 병원체가 옮겨지지 않도록 하는 것인 만큼, 아침 건강상태 자가 진단을 아무렇게나 클릭해서 보내서 될 일이 아니다.

한 가지 더하여 주변 사람의 확진 또는 해외에서의 입국 등 여러 사정으로 격리기간을 가지게 되는 학생에 대하여 어떠한 오해도 가져서는 안 된다. 자가 격리 기간 동안 해당 학생들은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한편, 그 기간 후에 학교에 돌아왔을 때 다른 학생들이 피하거나 따돌림을 받을 염려도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교사는 자가 격리 대상 학생은 물론 나머지 학생 모두에 대하여 교육적인 지도를 해야 한다. 사실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학교에 오지 않는 문화가 생겨난다면, 어떤 사유든 결석한 학생에 대하여 필요 이상의 관심조차 가지지 않게 될 것이다. 아프면 학교에 가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필요성은 이렇게 다양하다.

학교교육의 정상적 운영을 어느 시·도가 먼저 시작하느냐, 어느 학교가 먼저 시작하느냐 따위의 문제는 지금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학교마다 그 나름의 논리성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지금과 같이 이어지는 상황에 따라 학생들이 더 안전할 수 있도록 철저한 검토를 이어나가야 한다. 무턱대고 코로나 이전의 예전으로 되돌아가려는 안전 불감증은 더 큰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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