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연대” vs “망자에 도리”
“피해자 연대” vs “망자에 도리”
  • 승인 2020.07.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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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조문· 수사 등 논란
‘계속 조사’ vs ‘공소권 없음’
서울시 상대 방조 혐의 고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0시께 숨진 채 발견된 후 한국 사회는 마치 크게 몇 조각으로 나뉜 듯 연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시 차원의 5일장을 치러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공론장을 달구는가 하면, 피해 호소인에 연대하기 위해 조문할 수 없다는 공개적인 선언으로 논쟁을 낳기도 했다.

박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절차상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인 고소 사건 역시 진상 규명을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피해 호소인에 연대한다” vs “망자에 대한 도리”…‘조문 거부’ 논란

‘조문 논란’은 정의당 일각에서 촉발했다. 류호정 의원은 10일 낮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우리 공동체가 당신(박 시장 고소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장혜영 의원도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를 받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면서 “이 이야기의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특별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썼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에 대한 2차가해와 비난을 우려한 이런 입장은 각각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며 공감을 이끌어냈지만, 여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강한 비판에 부딪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은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하나”라며 “시비를 따질 때가 있고, 측은지심으로 슬퍼할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은 애도할 시간”이라고 했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한 여성에게 수년간 고통을 준 이에게 조문 가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정쟁화인가”라며 “애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면 본인이나 입 닥치고 애도하라”고 맞섰다.

친여 성향의 인사로 알려진 류근 시인은 11일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젖내가 난다), ‘함부로 까불고 흔드는 칼’ 등의 말로 ‘조문 거부’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당신들 100만명의 정의감과 도덕성보다 나는 박원순의 단 하루가 더 아쉽고 아깝고 안타깝다”고 했다.

◇ “성추행 의혹 계속 조사해야”…경찰, 규정 따라 ‘공소권 없음’ 종결할 듯

박 시장의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이는 성추행 고소 사건을 수사기관이 계속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세연은 서울시 관계자들을 성추행 방조 혐의로 10일 경찰에 고발했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도 서울시 관계자들의 공모·방조 수사를 이어가라고 촉구했다.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들에 대한 고발을 잇따라 하고 있는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12일 서울시청이 박 시장 고소인에 대한 구제조치와 법령·제도·관행 등의 시정·개선, 책임자 징계를 하도록 권고하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그러나 경찰은 규정에 따라 검찰에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피의자가 사망하거나 피의자인 법인이 존속하지 않게 된 경우 수사기관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린다.

‘이춘재 사건’의 경우 무고하게 범인으로 몰려 처벌받은 피해자의 재심 등이 걸려 있어 공소권이 없더라도 실체적 진실 규명의 필요성이 있었지만 이 사건은 그와는 결이 다르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사망한 피의자를 조사하려면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될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희박하다는 것이 경찰의 관측이다.

같은 맥락에서 가세연이 서울시 관계자들을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한 사건 역시 박 시장이 사망한 상황에서 방조 혐의 관련자만 수사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각하 사유에 해당한다고 경찰은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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