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한 성추행…제대로 보호 못 받는 피해자들
만연한 성추행…제대로 보호 못 받는 피해자들
  • 정은빈
  • 승인 2020.07.13 2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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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3년간 피해 상담 161건
직장 내 사건이 21.6% 차지
가해자의 지위가 높을수록
부당해고 등 불이익 확률 높아
계속 근무자 2차 가해 노출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위계에 의한 성추행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먼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지난 2018년 3월 수행비서가 성폭행 피해를 폭로해 자리에서 내려왔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 여성 공무원에 대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자진 사퇴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숨지기 전날인 지난 8일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대구지역에서도 고용주·상사·동료 등 직장 관계자에게 성폭력 피해를 겪은 이가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꾸준히 발생했다.

대구여성의전화 인권부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7~2019년 3년간 접수된 성폭력 피해 상담 161건 중 직장 관계자에 의한 피해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들 사례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171명(미파악 23명) 중 피해자의 직장 관계자는 21.6%(37명)였다. 모르는 사람에 의한 피해(38건·22.6%)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비율이다. 두 번째로 높은 애인 혹은 전애인에 의한 피해(19명·11.6%)와도 차이가 컸다.

피해자가 직장 내 성폭력·성희롱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한 경우 가해자의 지위가 높을수록 부당 해고나 징계 등 불이익을 당할 확률이 높게 분석됐다. 이런 경우 가해자는 계속 직장을 다녔지만 피해자는 직장을 그만뒀고, 유지하더라도 지속적인 2차 가해에 노출됐다고 대구여성의전화는 전했다.

피해자가 오히려 무고 혐의로 피소돼 법률 상담을 받는 경우도 늘어난 추세다. 특히 2018년에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수사·법적 지원이 부쩍 늘어 전체 지원 건수 중 41%를 차지했다.

대구여성의전화 관계자는 “피해자가 법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수사재판 과정이 너무 길고 복잡해 안전하게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힘들다. 가장 힘든 점은 현행법상 무고로 피소돼 수사기관에 출석할 경우 가족 등 신뢰관계인이 동석해야 해 피해자로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성폭력 경험 피해자 보호를 위해 현실적인 법과 제도 마련을 우선으로 수사기관, 재판부, 직장 내 관리자의 성 인지 감수성 향상과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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