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생리학자 파블로프, 교육심리학 기반을 마련하다
러 생리학자 파블로프, 교육심리학 기반을 마련하다
  • 김종현
  • 승인 2020.07.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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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노벨상을 품자 - (24) 생뚱맞은 해법으로 난제 쉽게 풀어
어릴적부터 탐구본성 뛰어나
생리학실험 등 과학연구 몰두
개 위장 소화작용 연구로
1904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1902년 ‘파블로프 개’ 실험
유명한 ‘조건반사설’ 발표
‘동물학대’ 비난받기도 했지만
오늘날 학습이론 기반 마련
노벨생리의학상-자외선
노벨생리의학상. 그림 이대영

◇ 자신의 심장질환 질곡에서 벗어나고자 광선치료를 연구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남달리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임상실험하신 분이 다른 노벨상 수상자보다 많다.

대표적인 몇가지 사례들을 소개하면, 1956년 독일 외과의사 베르너 테오도르 오토 포르스만(Werner Theodor Otto Forssmann, 1904~1979)은 1929년 자신의 팔 정맥에다가 국소 마취를 한 다음 도관(conduit)을 끼워 심장까지 정맥을 통해 통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바람에 자신의 생명을 위험수준에 빠뜨리기도 했다. 2005년 오스트레일리아 미생물학자 배리 제임스 마셜(Barry James Marshall, 1951년생)은 1981년 왕립 퍼스병원(Royal Perth Hospital)에서 위염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반심반의(半心半疑) 할 수 있게 강한 위산 속에 ‘헬리코박터 균(Helicobacter pylori)’이 생성한다는 사실을 발표하자 청중 모두가 코웃음 치면서 비웃었다. 1984년 프리맨틀병원(Fremantle Hospital, Perth)에서 실험한 결과 가설이 ‘코흐의 공리(Koch’s postulates)’에 부합한다는 걸 설명했는데 또 다시 청중이 코웃음치고 비웃자 시험관 속의 위궤양 병원균(헬리코박터 균)을 통째로 마시고 발병하자 항생제로 치료했다.

이와 달리 심장질환의 질곡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자기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던 사람으로는 1903년 덴마크 출신 의사 닐스 뤼베르 핀센(Niels Ryberg Finsen, 1860~1904)이 있다.

‘광선집중치료로 특히 루푸스(lupus) 질병치료에 의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공헌’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덴마크 페로제도(諸島) 토르스하운(Torshavn, Faroe Islands)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조기교육을 받았으며, 1874년 덴마크의 네스트베드 기숙학교(Herlufsholm School)에 입학했다가 1876년 레이캬비크(Reykjavik)에 있는 아버지가 운영했던 레이키스쿨로, 다시 아이슬란드(Island)로 전학해 21세까지 그곳에서 배웠다. 총 학생 수 15명 가운데 학업성적은 11위로 매우 부진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1880년부터는 심장질환과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1882년 코펜하겐(Copenhagen)으로 옮겨 코펜하겐대학(VKøbenhavns Universitet) 약학과에 입학했다. 9년만인 1890년에 대학을 겨우 졸업하고, 모교 해부학 조교자리를 얻어 3년 뒤에 의학으로 전과하여 학업에 전념했다.

1896년 핀센 광치료연구소(Finsen Photonics Research Institute)를 설립해 연구소장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를 통해 광선이 세균성장을 막고, 미생물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1889년 가장 먼저 천연두치료법으로 적외선 요법을, 1895년 11월 자신의 지병인 심장 루푸스(lupus vulgaris)에 대해 적외선 적용 치료실험을 했다. 1901년 6년간 연구보고서엔 800명의 환자치료를 한 결과 50%가 완치되고 겨우 5%만이 실패했다. 그의 연구논문으로는 1893년 ‘빛이 피부에 끼치는 영향(Om Lysets Indvirkninger paa Huden)’과 ‘의학에서 농축된 화학물질의 사용에 대해’그리고 1904년 ‘유기체에서 소금의 섭취(En Ophobning af Salt i Organismen)’가 남아있다.

◇소화작용보다 학습이론으로 더 유명한 조건반사학설

노벨수상자들의 사고방식은 i) 세상엔 불가능이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자. ii) 문제란 자물쇠는 황금열쇠가 따로 있지 않다. 열쇠가 아닌 것으로도 열린다는 것이다. 병리의학적인 문제를 생뚱맞게 심리학 혹은 교육학 해법으로 해결하기도 했고, 때로는 물리학 혹은 사회학의 학설로도 해결했다. 2019년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19(Coronavirus19) 전염병을 한국에서는 과거 진단시약, 백신 혹은 치료약과 같은 약제적 개입(pharmaceutical intervention)을 대신해 인공지능기반의 진단키트, 디지털바이오센서 진단, SNS(Social Network System)기반 자가진단(격리관리)과 확진사례추적 등으로 속칭 ‘전자방역(electronic quarantine)’이라는 비약제적 개입방법((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으로 성공한 사례를 만들었다.

이와 같이 최초로 비전통적인 방법으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는 1904년 러시아의 생리학자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Ivan Petrovich Pavlov,1849~1936)다. “생명체의 생리적 소화작용에 대한 지식을 변혁하고 확대함을 인정”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여했다.

그는 러시아제국 랴잔(Ryazan, Russian Empire)에서 러시아 정교회 사제(司祭)인 아버지 피터 파블로프(Peter Dmitrievich Pavlov, 1823~1899)의 11명의 자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릴 때에 설거지도 형제자매와 같이하고 놀기도 하며 가정 일에도 참여했다. 7살 때에는 책을 읽었고, 높은 담장(벽)을 타는 놀이를 하다가 길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심하게 다리를 다쳐 11살까지 학교에 다지 못했다. 집에서 이름자를 알 만큼만 글을 겨우 깨우쳤다. 그러나 호기심만은 대단해 매사를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탐구본성(instinct for research)이 아예 몸에 베였다. 1860년 러시아 문학비평가 피사레브(D. Pisarev,1840~1868)와 생리학자 세체노브(M. Sechenov, 1829~1905)의 진보적인 아이디어에 영감을 얻어 신학(神學)을 단념하고 과학탐구에 더욱 몰두했다.

1870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St. Petersburg Collegge) 물리·수학과 복수전공에 등록해서 배웠는데, 1874년 4학년 때는 전공과는 생뚱맞게 현상논문과제 ‘췌장신경 생리학(pancreatic nerve physiology)’에 도전해 대상(大賞)을 받았고, 1875년에 학사학위를 받았다.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고자 왕립군사의학아카데미(Imperial Military Medical Academy)로 자리를 옮겨 폰 사이언(Elias von Cyon, 1842~1912) 교수의 조교로 일하면서 의사자격까지 얻었다. 이어 수의학연구소(Veterinary Institute)로 옮겨 니콜라에 비치(Konstantin Nikolaevich Ustimovich,1838~1917) 교수의 지도 아래 생리학실험실 실장까지 맡았다. 1879년 의료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최고영예 금메달 수상자로 졸업했다. 1883년 ‘심장의 원심신경에 대하여(On The Distal Nerves of Heart)’를 의사학위 및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했다.

1884년부터 1886년 독일 브레스라우 하이텐하인 연구소(Heidenhain laboratories, Breslau)에서 개 위장(dog stomach) 절개부분을 통해 소화작용을 연구했다. 1902년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 Reflections) 실험을 실시해 조건반사설(Conditioned Reflexes Theory)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동물애호가들은 ‘파브로브의 개(Pavlov‘s Dog)’라며 동물학대 비난을 쏟아내었다. 그러나 오늘날 조건반사설(條件反射說)을 기반으로 교육심리학(educational psychology) 및 학습이론(learning theory)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는 생리학자라기보다 교육학자다.

글=정경은 코리아미래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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