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방학
짧은 방학
  • 승인 2020.07.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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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교사


다음 주부터 초등학교부터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코로나로 인해서 학교급별로, 학교별로 들쑥날쑥하게 짧아진 방학이 낯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초등학교의 경우 매일 등교를 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방학을 맞아서 다소 빠르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한편 불안감이나 기저질환과 관련한 염려 등으로 아직 원격수업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이 방학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아이들의 경우에는 가정에서 1학기를 보내었는데, 또 다시 가정에서 방학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이 친구들에게는 이번 여름방학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쨌든 간에 올 해 1학기가 지났다는 것이 나조차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다.

이번 방학은 비대면의 방법으로 감염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가운데 보람있게 보내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 온라인을 활용한 각종 학습이나 취미 등의 콘텐츠들이 많이 생겨났다. 어학연수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니, 언택트 관련 사업들이 급속도로 발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짧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경험해 볼 수 있는 온라인 학습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원격학습 때, 전국 단위의 EBS 수업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국어나 수학 교과가 다소 빠른 속도로 단위 차시의 수업들이 이어진 경우가 종종 있었다. 1학기의 수업 내용을 살펴보면서 혹시 아이가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한 번씩 짚고 넘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다양한 책을 읽는 것 역시 지금 시기에 적절한 활동이라 할 수 있겠다. 초등학교의 경우 자녀가 진급한 학년에 맞는 도서를 다양한 종류로 골라 읽기를 연습할 필요도 있다. 도서관에서는 책 소독기 등을 구비하여 감염병을 예방하고 있으며,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책을 대출할 수 있는 예약대출서비스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염려가 있을 경우 전자책 읽기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각 도서관에는 생각보다 전자책을 구비하고 이를 대여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많은 만큼, 가정의 화목한 시간을 더 오래 가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은 대체로 안정감을 더 느끼고, 자아존중감이 높은 편이다. 또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높은 사회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방학 기간 동안에도 가족과 자주 대화하고, 자주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을 만들기를 바란다. 아이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점은 ‘여행’이다. 조금 짧지만 이 방학 기간을 활용하여 가족여행을 떠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다만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집중된 여름휴가 기간과 임시 공휴일을 포함한 마지막 연휴 등으로 감염 위험이 높아졌다는 전문가들의 염려가 있는 만큼, 안전한 휴가를 보내기 위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해외여행을 가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여행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특히 어린 학생들이 함께하는 여행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소규모로 떠나는 여행, 밀폐·밀집·밀접한 장소는 최대한 피하는 여행, 손 씻기, 마스크 착용을 지키는 여행만이 2학기에도 안전한 학교생활을 담보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운영을 시작한 미술관, 박물관 등의 공공시설 방문을 중심으로 휴가를 계획하는 것도 어린 친구들의 건강을 위하는 한 방법일 터다. 방학이라고 안전에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 아침 방송에는 우리학교 상설 동아리인 학교 홍보팀에서 ‘여름방학 때 하고 싶은 일’을 주제로 다양한 학생들의 인터뷰를 모아서 제작한 영상을 방영했다. 가족 여행을 가고 싶다는 아이부터, 책을 많이 읽겠다는 기특한 다짐을 전하는 아이. 맛집 탐방을 갈 거라는 아이까지. 짧은 방학이지만 하고 싶은 일이 저마다 각양각색이었다. 짧든지 길든지 간에 ‘방학’이란 생각만 해도 들뜨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2020년의 놀라운 1학기 동안 이 친구들이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새삼 대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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