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처다부제의 호주 물꿩 - 생존전략의 선택
일처다부제의 호주 물꿩 - 생존전략의 선택
  • 승인 2020.07.2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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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모름지기 생존을 위한 수단과 전략이 쌓이고 쌓여 존재양식이 이루어지고, 그 과정이 바로 역사와 함께 문화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주로 논이나 연못, 늪지대에서 살아가는 물닭과 물꿩은 많이 닮았지만 그 모양과 삶의 방법에는 비교되는 점이 많습니다.

모두 물위로 떠다니며 무척추동물이나 물풀 등을 먹지만, 물닭은 꼬리가 짧고 몸통이 통통한데 비해, 물꿩은 꼬리가 길고 몸통이 날씬합니다. 지상의 닭과 꿩을 연상시킵니다. 다리의 길이는 물닭에 비해 물꿩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깁니다. 이는 물에 내려앉아서 바닥을 걸어 다니며 먹이 활동을 한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는 물닭이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인데 비해, 물꿩은 일처다부제(一妻多夫制)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물닭은 지상의 닭이나 꿩처럼 수컷이 더 화려한데 비해, 물꿩은 암컷이 더 요란하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번식깃과 비번식깃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즉 번식기에 얼굴, 멱, 앞목, 및 윗가슴은 흰색인데 뒷목은 노란색이 뚜렷하며 다리는 탁한 녹색을 띠고, 검은색의 긴 꼬리를 가지게 됩니다. 또한 목소리의 여운도 더 부드러워지면서 길게 울린다고 합니다.

이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수컷을 많이 부르기 위한 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짝짓기가 끝나면 물 위에 떠있는 지푸라기나 물풀을 모아 둥지를 꾸리고 알을 낳는데, 산란이 끝나면 먹이활동을 위해 둥지를 떠나고 그 동안 먹이활동을 마친 수컷들이 몰려와 각자 부화와 육추에 임한다는 것입니다.

물꿩은 여름 철새로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관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더러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끔 한두 개체가 나그네새로 남아서 관찰된다고 합니다.

호주에서는 텃새로 살아가는데 특히 보호구역인 카카드 국립공원 안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내셔널 지오그래픽 팀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암컷이 산란을 하면 수컷들이 부화(孵化)와 육추(育雛)를 책임진다는 것입니다.

영상에는 가끔씩 수컷이 알을 물고 날아오르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둥지가 물에 잠길 것에 대비하는 것이거나 수컷이 각각 자기 몫의 알을 나누어 가지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 뒤에도 수컷이 어린 새끼를 품어서 저체온증을 막아주거나 날개로 햇볕을 가려 열사병을 막아주는 모습이 방영되었습니다. 수컷은 자기 몫의 어린 새끼와 함께 헤엄치며 먹이를 구하는 모습이 여러 번 나왔습니다.

또 물 위의 어미 둘레로도 여러 새끼가 모여 있고 그 둘레에 수컷이 일정 간격으로 에워싸고 있는 모습도 나왔는데 이는 아마도 위험에 대처하여 일정 기간 집단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1년 여 거치면서 생존법을 모두 익힌 새끼들은 때가 되면 가차 없이 독립하여 그 동안 배운 대로 스스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성장한 수컷들은 자기 몫의 알이나 새끼를 이동시킬 때에는 입으로 물어 나르거나 품어서 안정된 장소를 찾는다고 합니다.

물꿩은 멸종위기등급으로 보았을 때에 관심대상(LC: Least Concern, 출처: IUCN)에 해당합니다. 그만큼 생존 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물꿩은 이제 다시 새로운 생존 방도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물꿩의 세계를 통해 자식을 낳아 혼인할 때까지 돌보아 주고 혼인 뒤에도 끝까지 삶의 고리를 함께 하는 인간세계와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새의 세계를 살펴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 세계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교훈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물꿩의 세계에서 무엇을 찾아내어야 할까요? 그들은 오늘도 변화를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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