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 불엔 멈춤?
황색 불엔 멈춤?
  • 승인 2020.07.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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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초보 운전자들 뿐이 아니라 운전을 오래 한 사람들도 교차로 앞에 갈 때 신호등이 황색으로 바뀔 때 갈까 말까 고민이 된다고 한다. 우스개 소리로 할 까 말까 망설이는 상황에서는 하고, 갈까 말까 망설일 때는 가면 된다고 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도전
해야 할 때와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멈춰야 할 때도 있다. 특히 자동차 운전자의 경우 황색 불이 되면 고민없어 멈춰야 한다. 홍희는 한글파일로 '초보'라고 인쇄한 A4종이를 자동차 뒷 창에 붙였다. 자동차 유리가 썬팅이 되어 뒷차는 잘 보이지 않았다.

뒷 차가 너무 가깝게 오면 부딪힐까봐 겁이 나서 '초보운전'스티커를 사서 붙였다. 뒷 차는 차간 거리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 같고, 자신의 차를 추월해 갈 때는 앞쪽으로 와서 깜빡이를 넣고 들어왔다. 홍희가 신호를 보고 천천히 오도록 하기 위함 일 것이다. 그 전에는 깜빡이 신호도 없이 갑자기 앞에 떡하니 들어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뒷차가 방어운전을 할 수 있도록 깜박이를 키고 들어오는 것을 초보도 아는데 운전을 오래했을 사람들이 왜 기본을 지키지 않는지 주의를 주기 위해서 클랙숀을 빵빵 울렸다. 자기에게 울리는 것이라고 알는지 모르는지 앞 차는 대답없이 간다.

초보 운전자 홍희는 잠깐 방심하는 사이에 사고를 내면 자신도 상대방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늘 신경이 곤두선다. 아침마다 같이 타고 가는 아들도 엄마에게 말을 하다가 엄마가 대답을 하면서 말이 길어지면 운전에 '집중'하라고 한다. 처음 차를 탄 날 사고를 낸 엄마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다. 차를 탈 때는 휴대폰도 소리를 없앤다. 진동도 해 두지 않는다. 그 소리에 주의가 분산될까봐이다. 이렇게 아침 저녁 운전을 할 때마다, 아파트 주창장에 주차를 할 때마다 주의를 둘러보고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 너무 집중하다 보니 30분 정도 운전을 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되고 계속 자동차 브레이크와 엑셀레이터를 발로 밟고 있는 느낌이 든다. 붕 하고 몸이 차를 타고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오빠들은 그 때가 제일 좋을 때라며 웃는다. 운전을 하는 동생이 기특해서일까.

그러나 홍희는 늘 긴장해야 하는 운전과 여운이 감도는 초보를 빨리 벗어나고 싶다. 정말 자유롭게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편안히 갈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처음에 비해 조금은 편해졌지만 여전히 시동을 끌 때까지는 안심을 할 수가 없다. 홍희가 운전을 하면서 망설이는 순간이 있다. 가야하나 정지해야 하나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교차로 앞에서 황색신호가 들어왔을 때다. 처음 운전연수를 할 때 남편은 교차로나 횡단보도 앞이 되면 천천히 가다가 정지선이 되기 전에 황색불이 되면 멈추고, 정지선을 지날 즈음 황색불이 되면 빨리 지나가라고 했다. 그러나 초보인 홍희는 '그 순간'을 정확히 분간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달리다가 갑자기 정지하면 뒤에서 달여오는 차가 자신의 차를 들이박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다. 지난 번 아침에 출근할 때도 우회전을 해서 직장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속도를 서서히 줄였는데 뒤에 덤프트럭이 바짝 붙어있어 겁이 났었다. 우회전 신호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 비상깜빡이를 켜서 정지할 수도 있으니 천천히 따라오라는 신호를 주었다. 덤프트럭은 조금 멀어졌고 홍희는 안전하게 우회전해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아침 출근 길에는 횡단보다나 교차로 앞에서도 속도를 늦추는 차들이 없었다. 홍희가 천천히 가려하면 뒷 차가 옆으로 왔다가 다시 홍희 앞으로 들어왔다. 자신의 차를 가로질러가는 차들이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아 홍희도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줄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주황불이 들어오면 더 빨리 지나갔다. 주황불이 빨간불로 바뀌는 것을 본 아들은 엄마에게 주의를 준다. 신호를 지키라는 원칙을 주장한다. 주황불일 때 빨리 지나가면 괜찮다고 말을 했다. 오히려 갑자기 서면 뒤에서 달려오는 차가 정지를 못하고 충돌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오는 아침에 주황불인데도 급하게 교차로를 지나는데 횡단보도에서 걸어오는 아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아이는 우산을 쓰고 자신의 옆으로 차가 오는지, 앞으로 차가 지나가는지도 보지 않고 고개만 푹 숙이고 걸어갔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조금만 그 아이가 빨리 걸어왔다면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아들과 비슷한 나이였다. 홍희는 그 날 결심했다. 황색불 앞에서는 반드시 정지하겠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앞에서는 속도를 늦추겠다고 말이다. 다행히 주황색 신호 앞에서 고민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회식이 있었고, 동료들이 술잔을 부딪치며 맥주를 마셨지만 홍희는 술 대신콜라를 마시고, 비도 오고 바람도 부는 밤이라 7시30분쯤 집으로 갔다. 아주 천천히 앞을 보며, 앞 차가 멈추지는 않는지, 옆 차가 끼어들지는 않는지 뚫어지게 쳐다보고 운전을 했다. 그리고 교차로 앞에서 더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달리는데 황색불이 되어 정지를 했다. 한 숨을 돌리며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퍽'하는 소리가 났다. 먼 곳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자신의 차가 부딪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은 순간이라 현실감이 없었다. 곧 자신의 차를 뒤에서 들이박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이었다. 그 후 교통사고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홍희에게 잘못이 없고 100% 뒷차가 안전거리 미확보로 일어난 과실로 결론이 났다. 비오는 날 밤, 술을 마신 운전자는 교차로 앞에서 속도를 멈추지 않았고, 황색불로 바뀌어 앞차가 정지를 했음을 감지하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더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 부딪힌 것 같았다. 홍희가 늘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난 것이다.

교차로 앞 황색신호가 바뀔 때 정지선 1~2M 앞은 운전자가 갈까 말까 고민하는 지점이다. '딜레마존'이라는 이름까지 있다. 홍희뿐이 아니라 수 많은 운전자들이 고민했던 모양이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60프로 이상은 빨리 지나가고 30프로 정도는 정지한다고 한다. 빨리 지나가려는 차들이 많아 속도를 늦추지 않기 때문에 정지를 하고 싶어도 뒷차가 급정지를 해서 사고가 날까봐 정지를 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 것은 아닐까? 영국에서는 황색불을 빨간색과 동일하게 보고 정지한다고 한다.

홍희는 교차로 앞에서는 속도를 늦추고 정지선 앞에서 황색신호가 바뀌면 무조건 정지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빨리 지나가야 한다는 강박감이 오히려 사고를 내게 하는 원인이다. 그리고 교차로 앞에서 속도를 늦추도록 방지할 수 있도록 과속방지턱이라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다. 아님 신호등을 5~10m전쯤에 하나더 만들어 미리 보고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분명 방법을 생각하면 좋은 대책이 나올 것 같다. 어쨌든 가장 좋은 방법은 교차로 앞에서 황색불이 되면 앞차가 정지할 수 있으니 서서히 운전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황색불이 되면 멈추는 것이다. 딜레마에 빠지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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