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夜凌雨(반야능우):한밤중에 억수같이 내리는 비
半夜凌雨(반야능우):한밤중에 억수같이 내리는 비
  • 승인 2020.08.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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喜雨呼聲老樂音 (희우호성노낙음)

:반가운 비가 부르는 소리에도 노인은 그 소리만 즐기니

鼓窓棉亘欲橫侵 (고창면긍욕횡침)

:끊임없이 창을 두드리다 들이 닥칠려한다

淸風與水支堪外 (청풍여수지감외)

:물과 함께한 맑은 바람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 밖이라

(고맙게 받아야 할 것이라)

若內霑堂諾坐?(약내점당락좌심)

:만약 안에 들어 집을 적신다면 물가에 앉은 것으로 여길 수밖에

◇김원태= 1957년 경북 안동生. 경북고 졸업, 물리학 Ph.D 뉴멕시코주립대 재직 후 개인사업. 현재 미국 라스크루시스 거주하며 生活詩作중.

<해설> 오랜만에 비 다운 비가 왔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드문 드문 빗방울을 뿌리는데, 지평선에 걸쳐진 구름에서 드문드문 오는 비를 보여주듯, 검은 장막이 몇개 걸리다가 하얀 장막으로 변하다가 없어지곤 한다. 집쪽을 바라보니, 아직 구름이 덜 모였는데도, 집 둘레엔 염색공장의 건조장 처럼 몇 개의 천 같은 것들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니, 보슬비라도 뿌리는 모양이다 하였다. 추적추적 내리지만, 그래도 섭씨 40도 이상을 두 주일도 넘게 유지하면서 달구어진 지열을 식혀주어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앞 문 뒷문 다 열어 놓으니, 초대치 않은 바람들이 맹렬히 밀려들었다 쏜살같이 나가면서 달구어진 집 내부도 금새 시원해졌다. 마당이 보이지 않을 어둠이 마당 가득하자, 시끄러운 소리가 함께 울린다. 어둠과 빗방울이 싸우는 모양인데,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는 사생 결단의 장 같다. 그 전쟁의 잔해가 금새 부엌문 앞에서 채여오른다. 혹 집안까지 들이치는 것은 아닌가하는 두려움보다는 그 다툼의 소리가 반갑고 정겹기만 하다. 오랫 만에 오는 비라서, 비같은 비라서 집안으로 들어차지 않을까하여도 좋기만 하였다. 쓸고 닦고 치우면, 간만에 집안을 물청소하는 것이니라고 말하였더니, 자기 일 아니라고 속 편한 소리한다고 하면서도, 빗소리가 좋다는 마눌, 어느 장단에 춤을 출까 마음 조리지 않고 느긋하게 비 오는 소리를 즐겼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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