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후변화는 눈앞에, 치수 정책이 변할 차례
[기자수첩]기후변화는 눈앞에, 치수 정책이 변할 차례
  • 승인 2020.09.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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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정은빈-사회부기자
정은빈 사회부 기자
‘바비(BAVI)’와 ‘마이삭(MAYSAK)’, ‘하이선(HAISHEN)’. 지난달 26일부터 7일까지 불과 13일 사이 3번의 태풍이 연달아 한반도를 관통했다. 우리나라 남쪽 필리핀해와 동중국해를 건너오면서 세력을 키운 태풍이 동해안을 경로로 삼은 탓에 대구·경북지역도 피해를 면할 수 없었다.

태풍에 앞서 지난 6~7월 32일간(대구·경북 기준) 쏟아진 하루 평균 294.5mm의 장마까지 전례 없는 물난리는 코로나19 시대를 겪는 이들을 더 고단케 하고 있다.

올해 장마철 유독 큰 피해를 본 곳은 댐 주변 지역이다. 특히 경남 합천댐과 전북 섬진강댐, 용담댐의 피해가 심각했다.

낙동강 하류 합천댐의 경우 합천지역 1년 평균 강우량의 90% 수준인 1천142㎜의 비가 장마기간 집중해서 내렸다. 지난달 7~8일 이틀 만에 304mm의 폭우가 쏟아져 하천은 넘쳤고 제방은 유실됐다. 댐 주변 주민들이 급히 대피하면서 이재민 125명이 발생했고 농경지도 280ha 침수됐다.

기상청은 지난 6월 북극에서 발생한 고온현상과 동시베리아 블로킹(고위도 지역의 온난 고기압이 정체하거나 매우 느리게 이동하면서 주변 대기의 흐름을 막는 현상)에 의한 아시아 등 중위도의 기압계 변동이 우리나라에 이례적 장마를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통합 물관리 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장마가 기후변화에 따른 수공 구조물 설계의 재검토 필요성을 시사했다고 짚었다. 현재 치수(治水·수리 시설로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는 일) 시스템으로 이후 장마에 대비할 수 있느냐는 진단이다.

실무자들은 댐·제방 등 수공 구조물의 설계기준을 치수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다시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폭우가 오면 하천 본류가 먼저 유량을 적절히 분담하고, 지류·지천은 유역 마을의 홍수를 막는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심지에서는 하수관거와 배수펌프장 등 배수시설로 침수를 예방할 수 있다.

수해 예·경보 시스템의 개선도 필요하다. 기상청과 환경부,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 기관이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초고속통신(ICT)과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통합하고, 초기 강우 예·경보부터 대피 계획까지 주민들에게 더 빠르게 전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하천과 다목적·발전용·농업용 등 용도별 댐을 통합 관리하고, 댐의 물을 효율적으로 분담할 컨트롤 타워 설치도 고민할 부분이다.

수자원공사 측은 ‘기후위기’가 된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가 계속됐는데도 인식 부족 등 이유로 정책 후순위로 밀려 그동안 치수 문제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한다.

이상기후는 이미 눈앞의 과제로 다가왔다. 올해 대구는 장마 피해가 비교적 적었지만 다음 장마의 최대 피해지가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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