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것을 미치지 못한 것 같이 하라(學如不及)
배운 것을 미치지 못한 것 같이 하라(學如不及)
  • 승인 2020.09.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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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엊그제 추분이 지났다. 추분은 백로와 한로 사이에 있는 24절기이다. 백로(白露)는 ‘흰 이슬’로 아름답다는 의미이고, 한로(寒露)는 ‘찬 이슬’로 서리가 곧 내린다는 뜻이다. 24절기는 보름마다 온다. 추분(秋分)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이제 가을걷이(추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벼, 콩, 팥, 수수, 메밀, 고구마 등의 곡식들을 거두어들여 타작(마당질)을 해야 한다. 그리고 겨울을 위하여 갈무리해야 한다. 천자문에는 ‘추수동장(秋收冬藏)’이라 했다. ‘가을에 거두어들여 겨울에 갈무리한다.’는 뜻이다.

이제 밤이 낮보다 조금씩 길어진다. 본격적인 등화가친의 계절이다. 서늘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 하여 책읽기에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이란 말은, 당나라의 한퇴지(韓退之)가 독서를 권장하기 위하여 성남에 사는 아들 부(符)에게 보낸 시로 된 편지에 나온다.

‘사람이 고금의 성인 가르침을 알지 못하면 말과 소에게 옷을 입힌 것과 같으니라. 행동이 불의에 빠져도 명예만을 바라느냐? 때는 바야흐로 가을이 되어 장마도 개이고, 서늘한 바람은 곳곳에 가득하다. 이제 등불도 점점 가까이 할 수 있으니(燈火稍可親), 책을 펴 보는 것도 좋겠다. 어찌 아침저녁으로 생각하지 않으랴. 자신을 위해 세월을 아껴라. 은혜와 의리는 서로 빼앗음 있으니, 시 짓기에 주저하는 너에게 권면하노라.’ 등화초가친(燈火稍可親)이 바로 등화가친(燈火可親)이다.

이 시의 첫 연 ‘사람이 고금의 성인 가르침을 알지 못하면 말과 소에게 옷을 입힌 것과 같으니라.’라는 구절은 명심보감 권학편에도 나온다.

공자는 ‘학여불급(學如不及) 유공실지(猶恐失之)’로 권학했다. ‘배운 것을 미치지 못한 것 같이 하라. 배운 것을 잃을까 두려워해야 한다.’는 뜻이다. 불급(不及)은 ‘미치지 못하다. 이르지 못하다. 도달하지 못하다.’이다. 어떻든 배움의 목표는 각자 설정되어야 한다. 방법은 배우고자 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러므로 늘 부족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배움을 갈망해야 한다.

‘학여역수(學如逆水)’라는 말도 있다. ‘배움이란 마치 물을 거슬러 배를 젓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만약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뒤로 밀려 나게 된다. 학문도 갈고 닦지 않으면 퇴보한다는 의미이다. 평생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우고 때로 익혀라. 배움을 성급하게 서두르지 말며, 폭 넓고 다양하게, 자세히 따져 묻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분명하게 변별하며, 독실하게 실행해야 한다. 이러한 독서의 방법은 누구든 가능한 일이다.

공자의 제자 자장이 공자에게 정사를 물었다. 공자는 “마음 두기를 게으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은 정성껏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하였다.

제자 자하가 거보의 읍장이 되었다. 공자에게 정사를 물었다. 공자는 “공(功)을 서둘지 말고, 조그마한 이익을 꾀하지 말라. 공을 서두르면 부실하게 되고, 작은 이익에 구애되면 큰일을 이루지 못하니라.”하였다.

자장과 자하는 똑같은 ‘정사(政事)’에 대하여 물었다. 공자의 가르침은 제자들의 개인차를 고려한 학습방법이었다. 자장은 언제나 생각이 지나치게 높아서 어질지 못했다. 반면 자하는 항상 생각이 깊지 아니하고 얕았다. 그러므로 공자는 자장과 자하에게 절실한 일로 가르침을 주었다.

제자 단목사(자공)가 공자에게 “자장과 자하는 인물됨이 어떻습니까?”하고 여쭈었다, 공자는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하였다. 단목사는 “그럼 자장이 자하보다 낫다는 말씀입니까?”라고 되물었다. 공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니라.”하였다. ‘지나침과 미치지 못함은 서로 같다.’는 뜻이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보다 못하다.’고 공자는 제자를 폄훼하지 않았다.

독서도 다독과 정독 어느 한곳에 지나침과 미치지 못함이 없어야 하리라. ‘남자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다독이고, ‘눈빛이 종이의 뒤까지 꿰뚫어본다.’는 말은 정독이다. 양주동은 ‘박이정(博而精)’하라고 했다. ‘책을 많이 읽되, 정밀하게 읽어라.’는 뜻이다. 나무도 보고 숲도 보아야 한다. 아름다운 연꽃도 푸른 잎사귀에 붙어 있어야 더욱 빛난다. 깊은 밤 책을 펼치면서 ‘배운 것을 미치지 못한 것 같이 하라.’는 의미를 음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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