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선인은 하룻밤 강 아홉 번 건너셨는데
맑은 물길 저어 간절한 목마름으로
긴 시간 건너다닌 강 건넌 게 아니었네.
알 수 없는 그 깊이도 환한 믿음으로
흔들리는 흐름 따라 눈 감고 건너면서
강물 속 고요히 흐르는 쓸쓸함 왜 몰랐을까.
숨죽여 쑥물이 된 울음을 감추어둔
거슬러 젖는 슬픔 미처 알지 못하고.
오가며 술렁거리다 물빛만 얼룩인 것을
명치 끝 아려오는 조용한 물결 위에
낮은 물소리로 꽃잎 몇 장 띄우던 날
잠기듯 스며들어오는 아스라한 강이었네
◇김세환(金世煥)= 1946년 경남 밀양生.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 ‘추정’ 당선(75),한국문학상, 대구문학작가상, 대구시조문학상 등 다수, 시조집 <가을은 가을이게 하라>, <어머니의 치매>, <가을보법> 등 6권 냄.
<해설> 시조의 시감을 아스라하게 펼친 시인의 독특한 역량이 돋보인다. 정형시의 리듬과 조화로운 시어들이 잘 융합하여 독자에게 감흥을 일으킨다.
시는 뭔가 명치끝을 찌르는 아름다운 아픔으로 승화하는 묘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로부터 외면받기에 십상이다.
이 시조는 연과 연의 이끌림이 다채롭고 흥미롭다. 자칫 연과 연이 제멋대로 뜀박질하는 것을 잘 방어하며, 조화롭게 형상화되어 독자에게 가슴 뭉클한 감흥을 주는 아름다운 시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