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가슴 칠 일이다
땅이 있어도 나아가지 못해 어찌
할 줄 모르니 그러하고
아침 밥 한술이 쉬이 목 넘어 감이
그러하다
누구하나 반가운 낯이 없다
맑은 눈이 있어도 담아 보려 하지 않아
그러하고
귀가 질겨 새겨듣지 않으니 그러하다
날마다 부끄러운 일이다
유련한 삶의 죄악을 외려 가난이라
여기니 그러하고
넉넉지 못한 의식에 오욕의 그림자를
추종하니 신념 없는 정의 앞에 헛웃음이
더 그러하다
아,
내 청명하던 하늘아
이 밤은 나의 별이 삭아 달마저 이지러지누나.
◇남재현(南在炫)= 1967년 경북 안동生,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죽숙문학 부회장, 이상화기념사업회 부이사장, 시집 <계절의 소리>, <약국가는 길>, <가을 너만 가렴> 등 발간.
<해설> 역성으로부터 생의 진솔한 시어들이 탄생하니, 시의 역성을 들어볼 일이다. 즉 화자 안의 내면의 소리들이 역성처럼 들려오는 오늘날의 실상을 우회적 재현의 진솔한 묘사에 찬사를 보낸다.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