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도 너무 비웠다
비워도 너무 비웠다
  • 승인 2020.10.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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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숙

삼월 생기에 푸욱 젖어 들고 싶은 날

경산군 남산면 반곡지에서 바람을 맞았다

까막새 옛 친정을 지나온

내 물결, 고요하였다 바람이

속 다 비운 뚝버들 자궁 속으로 들어왔다

몇 백 년 묵은 버드나무,

나무의 큰 입술은 닳고 닳아 매끄러웠다

서로 들여다보고 들여다보던 중, 아뿔싸!

나무는 사방 문설주까지 다 썩혀

하늘을 송두리째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거,

비워도 너무 비운 거네 우리는 말없이,

아, 두 고요가 만났으니

저 작고 숱한 나뭇잎들까지 파도치는 걸까

바람의 색안경 속 눈부처가 반짝거렸다

이 비밀의 닻을 내릴 곳은 어디?

텅 빈 나무는 물 위에 누운 채 나룻배가 되어

바람, 바람이 날 적시며 밀고 간다

◇정인숙= 경산 자인 출생. 경북대 문리대 국어 국문학과 졸업. 경주 월성 중학교 전직 국어교사.1993년 계간지<시와시학>으로 신인상 수상. 시와시학시인회 회장역임.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지회 회장 역임. 포엠토피아. 시마을 , 서부도서관, 청도도서관, 북부도서관 시강의. 지금 본리도서관, 대구문학아카데미 현대시 창작반 강의. 범물 시니어 복지회관에서 내 인생의 꽃에 대한 강의. 2019년 대구칼라풀축제에서 대구문인협회 주최로 정 숙 극본 ‘봄날은 간다1’ 시극공연. 만해 ‘님’ 시인 작품상 수상 시집<바람다비제>(10).대구시인 협회상 수상(15).경맥문학상(20)

시집: 연인, 있어요(20)외 다수

<해설> 고요와 고요가 만나면 뭘 더 비울 수 있을까? 반곡지 고요의 수평을 세웠던 뚝버들 자궁 속으로 바람이 들어왔으니 누군가 색안경 쓰고 바라보겠다. 봄 오면 둥치의 밀애로 꽃이 필까를…. 한데 문설주까지 썩어 통구멍이가 되어 바람이 밀고 간다는 화자의 애잔미가 눈물겹다.

※ 통구멍이 : 노젓는 목선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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