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대리구매 ‘댈구’ 성행…성범죄 2차 피해도
술·담배 대리구매 ‘댈구’ 성행…성범죄 2차 피해도
  • 정은빈
  • 승인 2020.11.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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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보호법 직접구매 제재
SNS플랫폼 유통창구로 악용
여성만 노리는 사례도 잇따라
성인이 청소년에게 수수료를 받고 대신 술이나 담배 등을 사다 주는 대리구매, 이른바 ‘댈구’가 성행하고 있다. 청소년이 직접 구매하기 힘들도록 법을 강화하자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유통 창구로 악용하는 양상이다.

4일 한 SNS에 ‘#대구 댈구’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자 관련 글이 무수히 검색됐다. 게시글은 올해 들어서만 114건. 이 중 85건은 술, 담배 혹은 전자담배를 대리구매해 준다는 글, 나머지는 대신 구매해 줄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거래는 SNS 메시지로 연락해 구매할 물건과 수수료 등 조건을 서로 확인하고 장소를 정해 만나는 식으로 이뤄진다. ‘뚫값(편의점 등을 뚫어주는 값)’이라 부르는 수수료는 1건당 1천500~2천원 정도로, 주로 현금으로 건네받는다. 대부분 구매대행자는 구매자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전화번호 공유 여부는 구매대행자마다 다르다.

술과 담배, 마약류, 환각물질은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게 판매·대여할 수 없도록 규정된 ‘청소년유해약물’이다. 청소년의 의뢰로 유해약물을 구매해 제공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8년 12월 청소년보호법 개정으로 유해약물 구매 시 나이와 본인 여부 확인 절차가 강화되면서 청소년의 직접구매율이 낮아지고 대리구매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여가부가 2016년과 2018년 진행한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비교해 보면 술 경험률은 18%에서 14.5%로, 술 직접구매율은 21.5%에서 16.6%로 감소한 반면 술 대리구매율은 9.1%에서 11.7%로 증가했다.

청소년이 쉽게 유해약물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을 넘어 성범죄 등 2차 피해에 노출되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이날 SNS에 검색된 글 중에도 “댈구 해드립니다. 여자분만”이라거나 반대로 대리구매자를 구한다면서 “신체접촉 아르바이트 안함. 그런 걸로 말 걸면 신고한다”, “여자만 밝히는 사람은 거절”이라는 식으로 적어둔 글이 수두룩했다.

불법 거래를 유도하는 이들을 처벌하려면 당사자가 직접 신고해야 하는데 청소년들은 본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신고를 꺼리는 실정이다.

김동현 대구YWCA(여자기독교청년회)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코디네이터는 “글, 계정 단위로 단속해도 유사한 글이 또 올라올 거고 한 사이트를 규제하면 다른 사이트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문제가 있는 내용을 SNS에 올리지 못하도록 국내·외 기업에 자체 규정 강화를 계속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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