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는 촌스럽고 지루하다? MZ세대 “독특, ‘힙’함 그 자체”
복고는 촌스럽고 지루하다? MZ세대 “독특, ‘힙’함 그 자체”
  • 류지희
  • 승인 2020.11.05 21:5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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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반에 부는 뉴트로 붐
향수 자극하는 제품 패키지
가정집 분위기로 점포 개조
고급스럽지 않고 낡았지만
정신적 충족감 주는 ‘옛 것’
서울 익선동이 힙지로 되고
노포가 인기 많아진 이유
현상에만 집중하지 말고
역사 일부로 정착시켜야
 
복고풍공중전화기
집 앞 골목에 설치된 공중전화부스의 모습. 몇 년전 사라졌던 옛날 공중전화부스자리에 뉴트로 디자인으로 업그레이드돼 재설치됐다.
 

[일상 속 디자인 기행] 레트로 디자인의 매력

경기가 불황일수록 사람들은 옛 것에 대한 향수가 짙어진다. 실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못했더라도 사람들은 과거에 관대하다. 그래서 과거는 늘 미화되며, 현재가 힘들수록 더욱 그렇다. 실제로 불경기에 복고 트렌드가 자주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는 ‘회고 절정’ 이라고 부른다. 특히 젊고 어렸던 지나간 날들 속에서의 기억들은 늘 순수하게 추억되고, 힘들었던 사건과 사고들마저 웃으며 되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착각이라 할지라도 위안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매일 같이 새로운 제품과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흘러간 것들과의 대면이 얼마나 반갑고도 새삼스러운 설렘인지. 얼마 전, 필자의 집 근처 골목길에 빨간색 공중전화박스가 새로 설치된 것을 보았다. 공중전화기가 서서히 자취를 감춰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마주하니 가던 길을 잠시 멈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동전을 넣었던 투입구는 카드 결제 시스템으로 디지털화되어 예전과 똑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든 세대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추억의 힘으로 따뜻한 위로와 공감이 되는 매개체임은 분명하다. 아마도 이러한 감성 때문에 레트로 디자인의 열풍이 올 한 해에도 여전히 식지 않고 계속되는 모양이다.

복고퐁아이스크림
'홈 타입 아이스크림' 4종 중 흰우유 아이스크림. 이 회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우유 방울 무늬의 패키지 디자인을 활용하여 신제품이지만 친숙하고 복고스러운 느낌을 표현했다.

◇눈과 입을 즐겁게, 식품업계 ‘그 때 그 시절’감성 고스란히 재현

지금은 융합의 시대, 단순히 옛것을 회고하는 의미를 넘어서 새로움과 오래된 것의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뉴트로(Newtro: 새롭다는 의미의 ‘뉴’와 복고풍 ‘레트로’의 합성어) 감성 디자인’ 제품들이 잇달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요식업계, 패션업계를 비롯한 드라마와 음악 등 문화콘텐츠들의 곳곳에 녹아들어 생활 전반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집 앞 마트에만 가도 반가운 제품 포장 패키지들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온다. 100% 국산 원유 사용, 진한 풍미와 부드러운 맛을 강조해온 S우유 브랜드는 몇 달 전 신제품 라인을 선보였다. 다른 식품업체와 협업해 프리미엄 ‘홈 타입 아이스크림’ 4종을 출시한 것이다. 신제품 ‘홈 타입 아이스크림’은 흰 우유와 딸기 우유, 바나나 우유, 초콜릿 우유 4가지 맛으로 구성된 제품이다. 제조는 S우유측이, 유통·판매는 협업 식품업체가 담당한 양사 간의 시너지 산물이다. 홈 타입 아이스크림의 패키지는 S우유의 트레이드 마크인 우유 방울 무늬의 패키지 디자인을 활용하였다. S우유 이상화 밀크 홀 1937팀장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동종업계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옛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감성을 담은 프리미엄 패키지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종로구복고풍거리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의 모습. 옛 골목의 가옥들과 간판, 레트로 트렌드의 가게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묘한 핫플레이스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가 하면,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 트렌드가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한때는 낡고 오래된 상점들로 가득해 촌스럽다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옛 골목들도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낭만적인 분위기로 연인들의 인기 데이트 코스로 떠오른 서울 종로구 익선동과 이제는 ‘힙지로’라는 별명이 더 유명한 을지로는 일 평균 유동인구가 6만 명을 넘자 기존 노포는 물론이고, 젊은 층을 공략할 요식업 창업 브랜드가 속속 골목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옥스타일의 퓨전 레트로 감성의 카페들과 잡화점들은 물론, 옛날 가정집을 개조한 백반집들 역시 레트로풍 간판과 네이밍, 인테리어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 끼 식사를 위해 한 시간 이상의 긴 대기열을 기다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들이 즐비하다.

복고 마케팅 전문가 스티븐 브라운(Stephen Brown) 교수(University of Ulster)는 “향후 마케팅은 고객을 괴롭히는 ‘괴짜 같은 구석’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레트로 마케팅’이 그 중 하나이다. 마케팅의 5대 원칙으로 한정성, 비밀스러움, 증폭, 재미, 속임수를 꼽고 있다.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한정성을 갖고,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비밀이 존재하는 뜻 애태우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입소문이 날 수 있도록 하고, 마음을 사로잡고 흥을 동우며 재미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유쾌한 사기를 당하고 싶어 하는 고객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즐거운 속임수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콘텐츠 융합을 통해 크리에이티브를 표현하고 즐기는 오늘날, 늘 새로운 것을 찾는 밀레니엄 세대들에게는 뉴트로 감성이 또 하나의 신선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020세대들에게 싫증은 지루함을 넘어 ‘싫은 느낌’ 그 자체이다. 특히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과거로의 회귀가 새로움을 찾는 그들만의 ‘놀이’로 작용하고 있다. 옛 공간을 재현한 핫플레이스에 1020세대들이 몰려가고, 한물간 레코드판에 열광하고 있다. 고음질의 하이파이와 반대말인 로파이의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저음질 사운드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LP 판의 바늘 긁히는 소리와 같은 잡음이 오히려 ‘날것의 매력’으로 어필되고 있는 것이다.

◇ 불완전함의 매력, 그 속에서 역사성을 발견하는 즐거움

이는 불완전함이 갖는 미학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 때문이다. 뉴트로 감성을 찾는 젊은 세대는 새것, 화려하고 튀는 것,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이 아닌 낡고 흠집 난 것, 손때 묻고 보잘 것 없는 것, 그러나 내게 정신적 충족감을 주는 것을 찾는다. 특히 타인의 삶과 비교하여 그럴듯한 척 살아가지 않고, 내 삶에 주목하는 ‘와비사비족’ 에게는 낡고 못난 것일수록 오히려 더 매력으로 어필 된다.

레트로 트렌드의 진정한 가치는 즐거움 속에 깃들어 있는 오래된 역사성을 발견하는 일이다. 또 하나의 유행으로만 흘려보내지 않으려면 지금과 같이 지속 발전적인 마케팅전략을 통한 차별화된 접근법이 필요하다. 과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원류가 되는 잇스토리들을 관심있게 찾으며 가치를 인정하는 것, 그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가시적인 스타일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삶의 태도를 이해하는 관점으로 뉴트로 트렌트를 바라볼 수 있다면 이 또한 나아가 하나의 역사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류지희 <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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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네네 2020-11-13 13:58:06
레트로 뉴트로가 대세이긴하죠

도창종 2020-11-13 06:42:11
언제나 유익하고 좋은기사 응원합니다.~~~~

뇽뇽이 2020-11-05 23:08:10
이름이 채영택으로 잘못 올라왔네요~ 정성스런 기사 잘 읽고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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