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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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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호

*가람 농원 휴게소

오종종 꽃망울 수북이 매달린 홍매화가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대신해 조심조심 찾아왔다

한 계절의 숨결을 느끼려

뾰족이 입술을 내미는 그것을

오촌 아재에게 꺾어 달라고 청했다

뿌직뿌직 꺾이는 가지가 부르르 떨어도

커피 자판기 앞 사내들

눈총을 줘도

꽃망울 터지는 소리를 듣기로 했다

농민운동 하느라 웅덩이 말라지듯 갈라져간 둥지

아내의 손길이 사라진 아재의 어깨위로

붉게붉게 떨어지는 꽃망울은 그의 눈물이다

거실 한모퉁이

커다란 항아리에 수북이 옮겨 앉혀 놓으니

부화의 순간

꼬물꼬물 움직여

탁 탁 탁

봄 터지는 소리

*안동시 길안면 천지리 소재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홍매화가 꼬물꼬물 탁탁 봄 터지는 소리가 왁자하다. 농민운동에 몸 바친 아재 가계는 마른 엉덩이 같은 둥지에는 바람만 스산하다. 아재 통한의 눈물이 꽃물 되어 떨어진다. 참 아리도록 슬픈 정경이 가감없이 펼쳐지는 장면이 스크랩처럼 스쳐간다. 탁탁 봄 터지는 소리는 즉물적 형상으로 독자들의 머릿속에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다. 시는 이런 맛에 읽는 것이다. 정갈한 시어들이 가슴을 울린다. 아름다운 시다.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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