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좋은 것은 나쁜 것의 부재에 있다
[재테크칼럼]좋은 것은 나쁜 것의 부재에 있다
  • 김주오
  • 승인 2020.11.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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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일
하이투자증권 침산지점 과장
17세기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되기 전까지 유럽인들은 백조는 모두 흰색이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발견된 백조가 전부 흰색이었기 때문이다. 증거의 부재를 부재의 증거로 착각한 것이다. 나심 탈렙은 블랙 스완 현상을 낮은 예견 가능성과 큰 충격으로 정의한다. 그는 인위적인 것들이 늘면서 세계가 조상들의 자연스러운 모델로부터 멀어졌고 이로 인해 블랙 스완의 영향이 커졌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블랙 스완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로 대자연을 제시한다. 자연은 여분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보험에 가입한다. 반면 인간은 아낌없이 쓰면서 여분을 비축하지 않는다. 블랙 스완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시 여분은 대개 낭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탈렙의 저서 <안티프래질>에 따르면 세상에는 충격으로부터 혜택을 보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가변성이나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성장하고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좋아한다.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충격을 가하면 부서진다는 의미인 프래질과 정확하게 반대의 뜻을 가진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탈렙은 이를 ‘안티프래질’이라고 명명했다. 안티프래질은 회복력이나 강건함을 넘어서는 뜻이다. 회복력이 있는 물체는 충격을 받은 후 원상태로 돌아오는 반면 안티프래질한 대상은 충격을 가하면 오히려 전보다 더 좋아진다. 그는 블랙 스완 현상을 예측하려 할 게 아니라 프래질 여부를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아 네가티바’는 ‘부정의 길’을 의미하는 라틴어로 진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대신 진리가 아닌 것을 제거해 나가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비아 네가티바‘ 사고법에 따르면 안티프래질 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프래질을 제거해야 한다.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미켈란젤로에게 다비드 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하게 여기면서 비결을 물었을 때 미켈란젤로는 “간단합니다. 다비드가 아닌 것은 모두 제거하면 됩니다.”고 답했다. 투자자도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충격으로부터 얼마나 취약한지 여부를 따져보고 깨지기 쉬운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로마의 시인 엔니우스의 말처럼 좋은 것은 대부분 나쁜 것의 부재에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거의 모든 해법으로 탈렙은 바벨 전략을 제시한다. 바벨은 두 개의 극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간은 비어 있다. 투자의 세계에서 바벨 전략은 두 개의 극단적 투자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극단적인 위험과 극단적인 안정을 추구하며 불확실한 요소인 프래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체 자산의 약 90%는 미국 국채처럼 수익률은 낮지만 매우 안전한 대상에 넣어두고 나머지 10% 정도는 위험도는 높지만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기적인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런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손실의 하방은 제한적인 반면 수익의 상방은 열린 상태가 된다. 특히 시장에 충격이 오면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예측을 정확하게 하려는 것은 불확실한 행위다. 하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노출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 블랙 스완에 대비해 방어적 환경을 구축하든 아예 피하든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그레이엄으로부터 배운 ‘안전 마진’과 자신이 만든 버크셔 해서웨이의 ‘플로트’를 활용한다. 예측이 틀리더라도 크게 손해 보지 않을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탈렙은 ‘안티프래질’에서 착안한 ‘바벨 전략’으로 블랙 스완을 대비한다. 예측이 필요 없는 투자를 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관계없다. 투자자마다 성향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불확실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구조와 환경을 설계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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