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오진리 산촌생태마을]삼국통일 병참기지, 표고버섯 재배단지로 거듭나다
[청도 오진리 산촌생태마을]삼국통일 병참기지, 표고버섯 재배단지로 거듭나다
  • 김광재
  • 승인 2020.11.26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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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댐 상류의 청정산골마을인 오진리. 사진 왼쪽에 붉은 지붕의 산촌생태마을 펜션이 보인다. 저수지 아래 차광막을 씌운 표고버섯재배사가 여러 동 보인다.저수지에서 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2km의 길 옆으로 버섯재배농장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다. 전영호기자
운문댐 상류의 청정산골마을인 오진리. 사진 왼쪽에 붉은 지붕의 산촌생태마을 펜션이 보인다. 저수지 아래 차광막을 씌운 표고버섯재배사가 여러 동 보인다.저수지에서 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2km의 길 옆으로 버섯재배농장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다. 전영호기자

 

2020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청도 오진리 산촌생태마을


청도군 운문면 대천삼거리에서 다리를 건너 운문사 방향으로 들어간다. 오르막을 다 올라가면 왼쪽에 청도베이스볼파크가 있다. 공사가 한창일 때 이 길을 지나면서 호반의 야구장이라니 멋진 발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도로에서 봐서는 별다른 느낌이 없다. 잔디구장 1면, 마사토구장 2면을 갖추고 있으며 호수전망대, 공연장도 있다고 한다.

운문호반의 왕복 2차로 도로는 한적하고 벚나무 가로수는 빨갛게 물든 이파리를 바람에 날리고 있다. 봄에는 벚꽃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있다더니 나무 둥치가 제법 굵다. 댐이 건설되면서 심어진 나무일 텐데 세월이 벌써 그렇게 흘렀나 싶다.

운문호를 지나 첫 번째로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운문면 오진리로 가는 길이다. 운문사, 삼계리 계곡, 석남사로 가면서 늘 눈길만 한번 주고 지나쳤던 길이었다. 이름난 곳만 찾아가는 초보여행자의 눈에는 그저 흔한 풍경이었던 것이다. 구석구석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을 찾아다니는 고수여행자들은 벌써 인터넷에 탐방기를 여럿 올려놓았다.

오진리 산촌생태마을 펜션. 3동 6실 복층구조로 되어있다. 전영호기자
오진리 산촌생태마을 펜션. 3동 6실 복층구조로 되어있다. 전영호기자

 

오진리는 산촌생태마을 펜션이 운영되고 있고 표고버섯과 감말랭이가 유명한 산골마을이다. 마을복지회관에서 출발하는 옹강산 원점회귀 산행코스는 말등바위에서 바라보는 시원한 조망과 깨끗하고 조용한 산길로 등산애호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운문호 가까이 있어요
청정환경 자리한 생태마을펜션
주민 90% 원목 표고버섯 재배
습지공원·생태 탐방로 등 조성

운문로에서 오진길로 좌회전하면 왼편 둔치에 습지공원이 조성돼 있다. 운문천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수생식물과 구절초 등 꽃식물을 심어놓았고 습지, 생태 탐방로, 관찰테크 등을 조성해 놓았다.

다리를 건너 왼쪽 길을 따라 들어가면 검은 차광막이 덮여있는 비닐하우스 표고버섯재배사가 가득 들어찬 마을이 나온다. 오진리에는 현재 113가구 261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시골마을이니 노인 인구가 많지만 그래도 다른 마을에 비하면 젊은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오진리 특산물인 참나무원목 표고버섯 덕분이다. 마을 청년회 회원도 20~30명 쯤 되는데 이 마을 출신이 많고 외지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러 들어온 사람도 몇 사람 있다고 한다. 생산된 표고버섯 판매는 각 농장 별로 전화주문을 받아 택배로 보내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마을 특산물 판매장에서는 감말랭이도 팔고 있다. 이 마을에서 생산한 청도 반시로 만든 특산물이다. 습지공원, 펜션, 옹강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요 고객이다.

오진리복지회관에 걸려있는 2006년 회관 준공식 사진 아래에 ‘오진고로쇠작목반장 아무개 증’이라고 적혀있다. ‘행복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오수환 이장에게 물어보니 예전에는 고로쇠를 했고 이 마을에서 표고버섯 재배를 한 것은 올해로 11년째라고 한다. 오수환 이장은 오진리에서 생산된 원목표고버섯이 버섯 중에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를 따라 표고버섯재배사에 들어갔더니 버섯 하나를 따서 먹어보라고 한다. 표고버섯의 향이 이렇게 깊은 줄 처음 알았다. 오진리 마을을 떠날 때까지 입안에 버섯향이 남아있었다.

오진리 표고버섯의 짙은 향과 탱탱한 식감은 이 마을 환경이 표고재배에 적합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9월에 옹강산을 다녀온 어느 산행기에는 참나무 숲길에 온갖 야생버섯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깊은 골짜기가 운문호에서 올라온 습한 기운을 오래 머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섯재배
버섯재배사에서 자라고 있는 참나무 원목 표고버섯

우리나라의 표고버섯 역사는 오래됐다. 표고라는 말은 순 우리말이어서 능소화 표, 옛 고 자로 음을 빌려 한자로 표기했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주로 남부지역 해안의 진상품으로 기록돼 있고, 문종실록에는 우리나라에 온 명나라 사신이 “원컨대 표고를 얻어서 황제에게 바치고자 합니다.”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표고버섯은 예부터 귀한 물건이었다. 재배는 후에 시작됐을 것으로 보이는데, 18세기 영조때 간행된 ‘증보산림경제’에는 재배방법이 나온다.

오진리가 2008년 산림청의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에 선정돼 건립된 산촌 녹색 체험관(펜션)은 물 맑은 금곡지 옆에 3개동 6실로 되어있다. 각 실은 복층 구조로 공간이 넉넉한데, 한 지붕 아래 대칭으로 붙어있는 구조다. 오염원 하나 없는 청정한 환경이 빼어나다.

 

소보갑사추정지
청도의 5갑사 중 하나인 소보갑사가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곳. 지금은 남양홍씨 문중묘가 있다.

마을을 둘러보고 돌아가는 길에 소보갑사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잠시 들렀다. 마을로 오면서 길가에 큰 소나무와 무덤이 있는 경치 좋은 곳을 보았는데, 오수환 이장이 그곳은 남양홍씨 집안의 묘터인데 거기가 바로 소보갑사가 있던 곳이라며 안내해 주었다.

 

5갑사를 상상하다
557년, 한 신승이 7년간 건립
중앙의 대작갑사가 ‘운문사’
가슬갑사엔 원광국사 머물러

운문사사적에 의하면, 557년(진흥왕 18년)에 한 신승(神僧)이 7년 동안 5갑사를 건립하였는데, 동쪽에 가슬갑사, 서쪽에 대비갑사(대비사), 남쪽에 천문갑사, 북쪽에 소보갑사를 짓고 중앙에 대작갑사(운문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삼국유사에는 원광국사가 가슬갑사에서 추항과 귀산에게 세속 오계를 내려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갑사가 창건된 시기에 신라가 삼국통일을 위해 군비를 정비할 때였으니 운문사 일대가 병참기지로서 당시 신라로서는 전략상의 요충지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운문댐이 건설되기전 오진리 사람들이 이용했던 잠수교
운문댐이 건설되기전 오진리 사람들이 이용했던 잠수교

 

기록에 소보갑사는 대작갑사에서 북쪽으로 8리라고 했는데, 운문사에서 이 곳이 직선거리로 3㎞쯤 되고 방향도 북쪽이니 얼추 맞아 들어간다. 소나무 뿌리 근처에서 천으로 누른 듯한 무늬가 있는, 오래돼 보이는 작은 기와조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에 소보갑사가 있었다면 그 절은 오진리에서 내려오는 냇물이 운문천으로 합쳐지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절이 사라진 후 또 천년을 살아왔던 사람들의 흔적은 이제 물속에 잠겨있다. 수위가 낮아서인지 댐이 생기기 전에 오진리 사람들이 사용했던 잠수교가 수면 위로 드러나, 운문천 상류에서 떠내려 온 나뭇가지들을 붙잡고 있었다. 저 수면 아래 길로 다니는 시외버스를 타고 운문사에 처음 갔을 때가 떠올라 잠시 감상에 젖었다가 금세 빠져나왔다. 오진리 수몰지구에는 빗살무늬 토기조각이 발견된 선사시대 바위그늘 유적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박효상 기자·김광재 객원기자

<우리 마을은>

오진리 오수환 이장
오진리 오수환 이장

"청정지역, 관광객이 편히 왔다가길"...오수환 이장 

“오진리의 ‘오’는 ‘오동나무 오’자인데, 옛날에 마을 사람들이 오동나무 배를 만들어서 운문천을 건넜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우리 마을의 관광자원이라면 마을 입구에 조성해 놓은 습지공원, 산촌생태마을 펜션, 옹강산을 들 수 있습니다. 옹강산 8부 능선 쯤에는 바위 속에 물이 고여 있는 금수탕이 있는데, 깨끗한 사람이 올라가서 보면 물이 금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금수탕이라 했다는 얘기를 어른들께 들었습니다. 옹강산은 생각보다 산이 깊어서 버섯 따다가 길을 잃는 일이 가끔 벌어집니다. 몇 년 전에도 한 사람이 산에서 길을 잃어 밤새 수색작업을 벌인 끝에 다음날 새벽에 발견한 적도 있어요.”

오진리 오수환 이장의 고향집은 오진리 마을 아래쪽에 있었는데 지금은 운문호 물속에 잠겨 있다. 타지로 나가서 학교를 마치고 사업을 하다 6년 전 은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어릴 때 뵀던 마을 어른들과 새로 알게 된 젊은 사람들로부터 버섯 재배 기술도 배우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마을의 90%가 참나무 원목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소비하는 채소 정도를 무농약으로 기르고 있어요, 상수도보호구역이니 오염원이 아예 없는 청정지역입니다. 그래서 우리마을 표고버섯은 영양과 식감이 최곱니다.”

오수환 이장의 말에서는 원목표고버섯에 대한 자부심이 뚝뚝 묻어났다. 앞으로 마을 발전계획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는 청정한 산골 마을의 이장답게 이렇게 말했다.

“시골마을에 뭐 특별한 발전 계획 같은 건 없고, 우리 마을을 찾아오시는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깨끗한 마을로 잘 가꾸는 겁니다. 많이 오셔서 우리 마을 특산물인 표고버섯과 감말랭이를 많이 구매해주기를 바랍니다.”

<가볼만한 곳>

청도프로방스 포토랜드
청도프로방스 포토랜드

 

◇청도프로방스 포토랜드...프랑스 남동부를 옮겨놓다

풍요로운 대자연과 독특한 문화를 가진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 마을을 재현한 테마파크다. 1996년 청도 테마랜드로 개장했다가 2012년 청도프로방스 포토랜드로 새단장했다.

낮에는 100여개의 다양한 포토존과 아기자기한 소품, 예쁜 집들을 둘러볼 수 있고 밤이 되면 화려한 LED조명이 눈부시게 빛나는 빛 축제가 시작된다.

청도 프로방스 포토랜드를 가로지르는 코스로 짚라인도 운영된다.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으로 매주 화, 수요일은 휴장하는데,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가볼만한곳-운문사
운문사 

◇운문사...화랑정신을 만나고 싶다면

560년 오갑사 중 가운데에 위치한 대작갑사로 창건됐으며 화랑도 수련장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삼국유사에는 고려 태조 왕건이 대작갑사에 있던 보양국사의 계책으로 이 일대를 평정했고, 후에 ‘운문선사’라는 사액과 전지 500결을 하사했다고 기록돼있다. 이때부터 대작갑사가 운문사로 개칭됐다.

1277년에는 일연선사가 운문사에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집필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운문사는 1958년 불교정화운동 이후 비구니 전문강원이 개설되었고, 1987년 승가대학으로 개칭되었으며 1997년 비구니 강사를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으로는 최초로 승가대학원이 개설됐다.

경내에는 대웅보전, 금당 앞 석등, 원응국사비, 사천왕석주, 삼층석탑, 석조여래좌상 등 보물급 문화재와 천연기념물 제180호인 처진 소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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