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 승인 2020.12.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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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장, 대구시노인복지관협회장
생애 가장 두렵고 힘들었던 경자년이 저물어간다. 올 한해 사회전반을 지배했던 최대 이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였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한 공포와 혼란의 한 해였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 좀 더 자세히 들어다보면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가 배태하고 있었던, 근본적인 문제들과 직면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며 새로운 대응 패러다임이 필요함을 확인시켜주었다. 지난 세기 인류가 추구해 왔던 성장지향, 물질지향, 편의지향의 가치가 이제 한계에 봉착했으며, 풍요와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경쟁과 갈등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간, 집단간, 노사간, 인종간, 종교간, 국가간, 인간과 자연간 갈등은 반목과 불신, 전쟁과 살인, 빈곤과 기아, 환경파괴와 질병 등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예견하며 인류의 근본적 성찰과 대응방안을 고심을 하고 있지만 누구하나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경고음도 심각하다. 교수신문(2020. 12. 20.)이 발표한 올 해의 사자성어에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의 신조어 ‘아시타비(我是他非)’가 1위에 올랐다. ‘낮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의 ‘후안무치(후안무치)’가 2위, ‘신을 신고 가려운 발을 긁는다’는 ‘격화소양(隔靴搔?)’이 3위, ‘근심이 쌓이고 쌓인다’는 뜻의 ‘첩첩산중(疊疊山中)’이 4위에 선정되었다. 작금의 우리 사회가 처한 부조리한 세태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사회적 불신과 갈등, 불통의 원인을 설명할 때 인용하는 심리·사회적 용어가 있다.

그중 하나가 ‘기본적귀인오류’라는 것인데, 사람들은 실패와 문제의 원인을 그 사람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으며, 자기 자신의 실패에 대해서는 세상 탓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실패에 대해서는 그 사람 자체의 문제로 돌려버리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행동에는 구조적 여건, 절박한 상황, 집단의 규범, 판단착오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원인 요소를 무시하고 성격이나 동기 등 행위자의 내적 특성 탓으로만 돌리는 오류를 가리켜 기본적 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 한다. 또 다른 심리학 용어 가운데 ‘확증적편향(confirmatory bias)’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의 가치관, 기대, 신념, 판단에 부합하는 확증적인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인지하는 편향된 현실인식 방식으로 자신의 신념과 일치해서 확신할 수 있는 증거는 수용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부정하거나 반대되는 증거는 배척하고 무시하는 심리적 경향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지적 편견으로 자기논리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선입견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는 모두 세상탓으로 돌린다. 반면에 남의 문제에 대해서는 ‘사람탓’을 한다.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 상대를 위한 건설적 지혜와 따뜻한 충고 등 상생의 소망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특정집단과 개인에 대한 무차별적 증오와 폭력이 판친다. 전통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는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정치, 경제적 양극화와 더불어 성별, 계층별, 노사, 세대별, 중앙과 지방의 갈등 등 사회적 양극화는 차지하고서라도 기본적으로 믿음과 신뢰에 기초해야 할 영역에서도 갈등과 분열이 판치고 있다. 의사와 환자,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회복지사와 클라이언트, 기사와 승객 , 심지어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 등 사회 전반에 불신과 갈등이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 대한 대처에서도 갈등과 불신이 판치고 있다. 코로나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감염될 수 있고, 반대로 누군가에게 감염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확진자에 대한 동선 공개, 사회적 배제 등 마녀사냥식 접근으로 영혼을 탈탈 털어버린다. 공무원이 확진되었다고 직위해제 하거나, 일전에 모지자체에서 사회복지사들에 대한 행정 조치를 두고도 말들이 많다.

사람 사는 세상에 경쟁과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갈등과 불신, 불통이 가득찬 사회는 머지않아 멸망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사회복지는 경쟁과 갈등, 불통이 판치는 세상에서 상처받고 소외된 분들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며,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며,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백신’ 역할을 하고 있다. 공동체를 유지하고, 질서를 회복하며, 상생(相生)을 고민하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을 감당하고 있다.

새해에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소통을 하려는 시도를 통해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가끔은 경쟁의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와 사색의 시간도 필요 할 것이다. 나아가 주어진 환경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소명을 감당하고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 영웅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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