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辛丑)대화합’의 큰 정치를 열자
‘신축(辛丑)대화합’의 큰 정치를 열자
  • 승인 2021.01.0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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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흰소띠의 신성한 기운이 온누리에 가득하다. 지긋지긋한 역병이 물러나고, 침체된 경제가 살아날 것 같다. 기지개를 크게 펴면서 묵은 것들을 털어버리자. 새로운 것을 맞아들이려면 마당을 쓸고 낮은 자세로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성실하고 우직한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 나가자. 중요한 것은 반목과 분열로 점철된 과거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첩경은 용서와 화합이다.

우리는 역사의 큰 멍에를 지고 있다. 통일국가를 전승하지 못하고, 남북 분단의 철조망이 아직도 녹슬어 있다. 게다가 나라마저 좌·우 진영으로 찢어져 서로 헐뜯는다. 이를 두고 ‘신삼국시대’라고 자조(自嘲)할 정도다. 통일을 위한 전략이 너무 엉성하였다고나 할까? 역대 정권 모두 통일을 서둘렀다. 공명심에 불타올랐다는 게 맞는 비유인지 모른다. 시냇물이 모여 강이 되고, 강물이 흘러 바다가 된다는 자연의 평범한 이치를 왜 모를까? 체제가 다른 남북통일에 앞서. 먼저 좌·우 진영의 첨예한 대립각부터 완화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시냇물이 강물로 흘러가는 작업이 곧 정치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4차산업시대에 이념의 둑을 쌓아서야 될 말인가. 이제라도 문재인대통령이 ‘신축(辛丑)대화합’의 큰 정치를 열 것을 제안한다. 그 첫 번째 순서가 영어(囹圄)의 몸으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이다. 두 분 모두 칠순과 팔순의 고령이 아닌가. 어쩌면 이 일이 분열의 강둑을 허는 첫 단초일 수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사면건의를 환영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소위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처벌된 사람들도 순차적으로 풀어주는 대화합의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대화합의 세계사적 상징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대통령이다. 그는 백인정권의 강고한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 정책에 맞서 투쟁을 하다 27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 후 만델라는 94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자유를 향한 길이 결코 쉽지 않다. 우리가 따로 떨어져 행동할 경우 성공할 수 없다. 단합된 국민으로서 함께 노력하고, 화해와 국가건설을 위해 함께 행동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평화를 누리도록 해야 한다”는 당선연설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리고 데소먼드 투투주교를 ‘진실과화해위원장’으로 임명하여 전 정권의 경찰 등 압제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사람이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할 경우 처벌하지 않는 대화합 조치를 단행했다. 실로 위대한 결정이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은 물론, UN에서 그의 생일인 7월 18일을 ‘만델라의 날’로 정했다.

우리는 어떤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대통령의 구속이라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이제 이 꼬리를 끊을 때가 되었지 않은가? 대통령은 한 정파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대표이다. 그러기에 대통령은 대통합, 대화합의 정치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소수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권력이라는 칼을 칼집에 꽂아두는 유연함과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과 화합 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야당인 ‘국민의 힘’도 그렇다. 김종인위원장이 두 전직대통령의 사과만 하고, 이들을 사면해달라는 말은 쏙 빼먹었다. 용서와 화해의 통곡이 얼어붙은 정치의 동토를 해빙할 수 있었건만 이런 정치력도 없었다. 주호영원내대표를 비롯한 ‘힘당’의원들의 안일함과 용기 없음을 탓하면 무엇 하랴. 이제라도 자신의 의원직 유지에만 매달리지 말고, 여야협상을 통한 대사면, 대화합의 정치물꼬를 틔워야 한다.

지금 우리는 미증유의 코로나19사태를 겪고 있다. 하루 1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만도 1천명에 다가선다. 거리두기 실시로 음식점, PC방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몰락이 눈물겹다. 여기다 백신확보의 늦장대응으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세게 경제권 10위 안에 들면서도 선진국의 백신 접종을 부러워하며 바라보고 있는 처지다. 이제 겨우 백신 구입계약을 체결한 ‘백신의 인구커버력’ OECD 37개국 중 34번째 국가(2020.12.22기준). 참 딱하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할 정부가 업무를 해태한 것 아닌가?

예전에도 국가에 역병이 돌고 백성의 삶이 핍박 받으면 임금은 대사면을 하고, 자신의 부덕을 반성했다. 문대통령은 감옥의 문을 활짝 열고 정치범과 생계형범죄자들을 풀어줘야 한다. 야당과 영수회담을 열고,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민심이 떠나면 정권도 없다. 문재인대통령이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푸는 열쇠는‘검찰수사권 배제’라는 몽니가 아니라 특별사면을 통한 ‘신축(辛丑)대화합’의 큰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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