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미혼모
자발적 미혼모
  • 승인 2021.01.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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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 대표 교육학 박사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가 자발적 미혼모를 선언하고 정자를 기증 받아 예쁜 파란 눈의 사내애를 출산해서 화제가 되었다. 자발적 미혼모란 누구의 강요 없이 주체적 선택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 엄마가 되는 것이다. 미혼과 비혼은 엄격히 다르다. 미혼은 ‘아직’이란 의미로 결혼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비혼은 결혼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는다. 비혼의 상태로 아이를 가지는 것을 자발적 미혼모라고도 한다. 남녀가 혼인을 해야 자식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결혼에 익숙한 기성세대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한국사회는 결혼한 사람만이 시험관 아기를 가질 수 있고 이러한 형태의 출산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해 함부로 비평할 수는 없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은 건 사실이다. 혹자는 원천적으로 아빠의 존재를 차단당한 아이의 인생에 대해 걱정하고, 그 아이가 겪어야 할 사회적인 편견이나 차별에 대해 우려한다. 엄마의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자기결정권에 의해 태어난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놀라운 사실은 국민의 30퍼센트가 용감하고 당당한 그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보다 더 진정성 있고 존중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 여당에서도 사유리의 용기 있는 출산에 축하를 하며 대한민국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했다. 혼인여부와 상관없이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열린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환경의 변화를 언급했다. 2016년 통계자료를 보면 OECD 국가 대부분이 신생아의 비혼출산율이 60퍼센트나 된다. 신생아 10명중 6명이 비혼출산이다. 우리나라는 1.9퍼센트로 OECD 국가중 가장 낮다. 프랑스의 경우, 결혼보다 파트너의 개념으로 동거를 하는 젊은이들이 상당수다. 그래서 혼인 출산보다 혼외 출산이 훨씬 더 많다. 결혼에 대한 법적인 제도와 책임에서 벗어나 두 사람이 사랑이 식으면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다.

동거중에 아이가 태어나도 국가나 사회가 편견없이 바라보고, 사회보장제도가 아이의 양육이나 교육을 위해 잘 마련되어 있다. 프랑스는 저출산에서 벗어난 성공한 나라다. 국가가 이러한 출산정책을 잘 활용하여 출산율을 끌어올린 케이스다.

결혼의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가지고 싶다면 인간의 보편적 인권에 여성의 출산권리도 법적 보호를 받아야 된다. 소수자의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글로벌사회에 우리도 인식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전통적 가족개념이 해체 되면서 아이가 차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대해 부정적인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비혼과 만혼, 그에 따른 저출산이라는 당면과제를 눈앞에 두고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 긍정적 고심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 낳는데 제약이 없는 세상, 어떤 이유로도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변화하는 결혼과 출산문화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성숙한 국민적 합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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