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함의 끝판왕, 아동학대
잔혹함의 끝판왕, 아동학대
  • 승인 2021.01.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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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 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연초에 대한민국 모두를 울리며 또 모두를 분노하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입양아 정인이 학대 사건이 그것이다. 학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으니 단순 학대라기보다 입양아 살인사건이라고 부르는 이도 많을 만큼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필자 역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관련 보도와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정인이 사진을 볼 때마다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

상습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의 주양육자였던 양모에게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검찰은 사망 원인의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다. 최초에는 아동학대 치사와 아동유기 및 방임 등의 혐의였지만 살인죄는 빠져있었다. 살인죄는 범인이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있었고 사망에 이를 만한 위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적용되는 죄명으로 최초에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하지만 정인이의 췌장 등 장기가 끊어지는 심각한 복부 손상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양모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제기됐고 검찰은 보다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해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재감정을 의뢰하였다. 또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 역시 해외 논문을 바탕으로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해당 지검에 전달하며 "췌장은 몸 가장 안쪽에 있는 장기라 통상적인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으로는 손상되지 않는다."고 하며 비사고손상, 즉 양모가 의도한 외부적 힘에 의한 손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다른 가족들에게도 살인방조 혐의로 고발할 뜻을 밝혔다.

수년에 걸쳐 일어난 학대가 아니라, 정인이가 입양된 지 1년도 안된 270여 일 동안 겪은 일인데 그 잔혹함이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너무 오랫동안 이어진 학대 때문에 무감정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전문가의 소견에 많은 사람이 울었다. 여기에 더해 수사기관과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수사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더욱 격분했다. 그 결과 수백수천통의 진정서가 해당 지검에 도착했고 여전히 전국에서 많은 국민이 진정서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인이의 고통을 나누려는 국민의 간절함이 이번만큼은 전달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사실 아동학대는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과 보다 빠른 대응 없이는 근절이 어렵다. 우스갯소리로 외국가서 자녀를 혼내면 옆집에서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도 하는데 실제로 해외의 경우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그 처벌이 굉장히 엄하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원가정보호원칙'에 따라 학대 당한 아동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 학대한 사람이 보호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천안계모사건 등의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 이후 아동학대가 발견되는 즉시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는 '즉각 분리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학대 피해아동 쉼터를 확대하고 전문가정위탁 제도를 법제화하는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하였지만 한 달이 채 안되는 기간 내에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지는 것을 생각하면 과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관련 법안이 개정되더라도 실질적인 처벌이 솜방망이인 것도 문제다. 2019년 기준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전국 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267건이며 이 중 유기형이 선고된 사건은 33건으로 전체 사건의 12%에 불과했다고 한다. 지난 2015년 광주에서 딸을 수 차례 때리고 담뱃불로 다리를 지진 20대 엄마에게 내려진 처벌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었으며,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바닥에 던져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등을 입힌 20대 미혼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건 모두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이 감형 이유였다. 그 어디에도 아동에 대한 상식적인 배려는 없었다.

이번 정인이 사건의 경우 입양기관에도 많은 질타가 쏟아졌다. 그도 그럴법한 것이 이번 사건과는 별도로 민간 입양기관에서 성범죄 경력이 있는 예비 입양부모에게도 양친가정조사서를 발급한 적도 있었고 양친가정조사서 발급 이전에 아동과의 결연을 진행한 적도 있던 것이 밝혀졌다. 입양 절차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상담과 지원과 같은 사후관리 기간의 연장이 반드시 제도 개선을 통해 보장되어야 한다.

흔히 하는 말로 폭력은 후진이 없다고 한다. 아동학대의 경우 제대로 자신을 제대로 방어하거나 혹은 그 상황에서 도망가지도 못하는 처지임을 감안하면 그 작은 생명들에게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분명하다. 사회가 아동에게 더욱 세심하고 따듯해져야 한다. 행복하지 못한 아동이 성인이 된다 한들, 진정 행복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대한민국의 불행한 아동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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