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엔딩과 지방대학의 위기
벚꽃 엔딩과 지방대학의 위기
  • 승인 2021.02.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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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관광계열 계열장·경영학 박사
겨울 동장군이 아직은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2021년 입시를 마감하는 지방의 대학들에게 철 이른 벚꽃 엔딩이라는 용어가 연일 회자되고 있다. 서울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순서대로 벚꽃은 피고 벚꽃이 일찍 피는 지역 소재 대학부터 문을 닫는 대학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미의 ‘벚꽃 엔딩’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의 대학들을 올겨울 추위만큼이나 혹한으로 몰아넣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현상으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교육계의 우려가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 했는데 올해의 입시환경은 지방대학들이 위기를 몸소 체감하는 원년으로 벚꽃 앤딩은 이제 지방대학의 위기가 경고가 아니라 암울한 현실로 다가왔다. 지방대학의 정원 미달 사태는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지방 사립대의 재정 악화로 이어져 대학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교육부가 2019년에 발표한 ‘학령인구 변화에 따른 대학 입학자원 추이’자료에 따르면 대입 가능 자원이 대학의 정원보다 부족한 역전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2021년 입시에서 대학들의 신입생 미충원 규모가 7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2024년에는 대입 자원이 37만 3천470명으로 더욱 줄어 12만 3천명이 미충원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체 대학 모집 정원의 25%는 채울 수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의미한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대학교육연구소 자료 역시 2024년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이 38만4천2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등 대학 정원 미달 사태의 심각성을 거듭 경고한다. 이 같은 학령인구 감소는 서울 수도권 소재 대학 선호와 집중화 현상과 맞물려 지방 소재 대학의 신입생 모집이 더욱 어려워지고 이로 인한 지방대학의 붕괴가 가속화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의 대학이 무너지면 그 지역은 공동화되고 지역경제의 침체와 지방 소멸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문제 발생으로 지역사회 전체의 위기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자명하다.

역대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외치며 수많은 정책을 시행하였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의 지역 불균형 격차가 갈수록 커져 지방의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수도권 집중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돈, 권력, 일자리 등 모든 분야가 서울을 중심으로 집중되니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이 지방대학을 기피하고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다.

역설적으로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된 지금보다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하의 3,4공화국 정부가 국토 균형 발전과 지방시대에 더 크게 공헌하였으며 수도권과의 격차가 작았다는 웃픈 목소리를 결코 가벼이 볼일이 아니다.

그나마 지난 정부에서는 두 차례 평가를 통해 5만4천여명의 대학 정원을 감축했지만 현 정부는 정원감축을 대학 자율유도 방침으로 전환하여 대학의 정원은 수년째 줄지 않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현상이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며 시간이 흐를수록 증대되는 상태에서 대학 자율이라는 무책임한 교육정책은 지방대학의 소멸을 더욱 가속화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게다가 정부 재정지원의 수도권 대학 편애 현상은 지방 소재 대학의 교육 품질 경쟁력을 한층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공개한 ‘2019년 지역별 대학재정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일반지원 부문에서 지방 소재 대학의 대학당 지원액은 수도권의 절반 수준이며 연구개발사업은 수도권 소재 대학의 3분의 1수준으로 격차는 더 벌어진다.

지방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과 교육환경 개선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 경쟁에서 탈락하는 대학은 도태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불공정한 경쟁으로 발생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보정 없는 원론적 비판은 문제 해결의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10여년 전부터 지방대학의 위기를 경고하며 교육 당국이 대학의 위기에 제대로 대비해 왔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는 교육전문가들의 비판을 정부는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최근 지방대학들이 느끼는 위기의식과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은 처절하다 못해 눈물겹다. 정원감축과 구조조정, 신설학과 개설, 비용 절감, 입시홍보 강화 등의 자구책을 비롯해 각종 장학금, 등록금 면제, 기숙사 무료제공 등 다양한 혜택으로 학생 모집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고등교육의 중차대한 문제를 지방대학의 자체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점이 있다. 정부 차원에서 국토 균형 발전 및 지방 불균형 해소 대책과 연계하고 교육 당국, 지자체가 합심하여 지방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 모색과 지원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우선 시행이 가능한 수도권 대학의 정원 조정과 정원외 모집을 제한하는 등 서울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지방대학의 소멸 위기에 대비한 출구전략을 세워야만 한다. 자칫 실기하면 벚꽃 피는 순서와 상관없이 지방의 대학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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