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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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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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란

뒷담 그늘에서 소리 낮춰 피는 이 꽃은

대화라는 큰 꽃의 향기로 위장하지만, 곧 악취를 풍기지

헛소문의 씨앗을 퍼뜨릴 목적으로 피는 꽃이라기보다

심심풀이로 피는 꽃이라지만,

식충식물처럼 사람을 가둔다

이 꽃 한 송이 독이면 생사를 가르는 치명상을 입고

이 꽃 한 송이 덫에 걸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이 꽃을 가장 잘 피운 종족이어서

저보다 힘센 네안데르탈인을 무찌르고 지구의 우점종이 되었다*

소문도 있지만,

얼마나 많은 슬픔이 헛되이 저 꽃에서 피어났을까

제 이야기 아니면 남의 이야기, 하다 보면

저도 모르는 사이

제 속이나 보여주고 마는 꽃답지 않은 꽃

허약하고 얇은 꽃잎들이 만나 소곤대며 피우는 슬픈 꽃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시집 <장미키스>

◇최정란= 경북상주 출생,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계명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여우장갑』 『입술거울』 『사슴목발애인』 『장미키스』,<요산창작기금> <부산문화재단창작기금> 2016년 제7회 <시산맥작품상> 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2019 최계락문학상 2020 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해설> 뒷골목담장 아래 피는 꽃. 그 꽃은 매우 커다랗게 자라지만 아름답지 못한 꽃이다. 사랑스럽지 않은 꽃이다. 그런데 왜 화자는 그를 아름다움의 대명사 격인 꽃이라 지칭했을까? 그는 아마도 아름답지 못하지만 잘 가꾸면 아름다워질 수 있기에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뒷이야기(談話)가 말의 꽃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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