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할머니 하늘나라 가신 시골집
기둥을 지키는 우체통에는
수도, 전기 등 고지서들만
비를 맞고 노랗게 늙어
다 쭈그러져 기다리는데
한 달이 지나도
두 달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는 걸 알고
우리라도 읽어보자며
환삼덩굴 우루루 기어 오른다
언제 오려나 아들딸들은
할머니 한 번도
늦은 일 없었다고
걱정, 걱정을 하면서.
◇안영선=『아동문학평론』『문학공간』『농민문학』신인상으로 등단. 동시집 『잠시를 못 참고』『독도야 우리가 지켜 줄게』『독도는 우리가 지키고 있어요』 『대신맨』『다 함께 돌자 대구 한 바퀴』등. 교원문학상, 공무원 문예대전 최우수상, 해양문학상 받음. 독도사랑상 받음(동북아역사 재단).한국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
<해설> 환삼덩굴이 뒤덮은 편지함을 바라보면서 생전 할머니께서 다니셨던 시골집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피었을 것이고 감나무 잎과 이름 모를 낙엽들이 수북히 쌓여 있을 것이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가는 만큼. -허행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