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서 생선, 과일 파는 서중현 서구청장
전통시장서 생선, 과일 파는 서중현 서구청장
  • 김주오
  • 승인 2010.07.0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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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수박이 좋아요. 맛 없으면 돈 안 받습니다. 맛보고 사가세요.”

서중현 대구 서구청장이 과일 좌판 앞에서 어색해 하다가 앞치마를 두르자 상인이 됐다.

5일 원대 신 재래시장에서 일일상인으로 나선 서 청장은 수박, 참외, 살구 등 과일부터 고등어, 오징어, 꽁치까지 팔면서 ‘장사의 달인’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수박을 가리키며) 1만원, 1만5천원. 많이 싸다 싸. (주민들에게 손짓하며) 이리 오세요. 좋은 수박도 있습니다.”

이날 서 청장이 재래시장에서 일일상인 체험을 한다는 말에 재래시장 상인들은 “평소보다 장사가 더 안 되면 어떻게 하느냐”며 “구청장님이 사진 찍느라 폼만 잡다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차라리 사진이라도 빨리 찍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서 청장은 장사를 잘하리라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온 듯 양복이 아닌 체크 반팔 남방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운동화 차림으로 시장에 들어섰다.

과일 가게에 온 서 청장은 먼저 상인들에게 반갑게 인사 했다.

상인들은 “오늘 원대 신 재래시장 물건을 다 팔아주고 가셔야 합니다. 다 안 팔면 못 가세요”라고 말하자 서 청장의 얼굴에서 잠시 웃음꽃이 피었다.

상인들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주민들은 서 청장의 모습을 보고 하나둘씩 과일을 사기 시작하더니 과일 가게에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 상인은 “구청장님이 오셔서 장사가 잘 된다”며 “오늘 구청장님이 오셔서 세일합니다. 1만3천원짜리 수박이 단돈 1만원에 팝니다”라면서 할인 판매를 하기도 했다.

이날 재래시장을 찾은 최영숙(여·46)씨는 “구청장님이 정말로 서민적이다”며 “재래시장을 찾아와 장사를 한다는게 얼마나 용감한 일이냐. 우연히 구경하다가 구청장을 보고 과일을 잔뜩 사게 됐다”고 서 청장의 일일상인 체험을 반겼다.

한 시간 남짓 과일을 판 서 청장은 50m 떨어진 어물전에 자리를 잡고 ‘생선 장수’가 됐다. 앞치마를 두른 서 청장은 “꽁치 열마리에 5천원, 고등어 한손에 5천원”이라고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손님을 부르기도 하고, 서툰 솜씨지만 고등어를 손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 청장은 50여분동안 고등어, 동태 등을 판 뒤 재래시장 내 원대 묵집에서 상인회 관계자들과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생생한 민심을 듣기도 했다.

일일상인 체험을 마친 후 서 청장은 “전통시장이 되살아야 지역경제가 활성화 돼 소상공인들이 활짝 웃을 수 있는 사회, 서민들이 잘 사는 사회가 된다”며 “이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임무다”고 다시 한번 전통시장 살리기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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