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교문에 서서
다시 교문에 서서
  • 여인호
  • 승인 2021.03.15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옵니다. 영호가 먼저 인사를 합니다. “사랑합니다.” 엄마도 아이와 함께 영호에게 인사를 합니다. “교장 선생님 사랑합니다.” 엄마와 아이는 늘 하던 헤어지는 인사를 합니다. 5초 정도를 끌어안고 있다가 눈맞춤을 하고 아이는 교문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엄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몇 걸음을 걸어가던 아이가 고개를 돌립니다. 엄마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달려가서 안깁니다. 아이는 눈물을 글썽입니다. 엄마는 어쩔 줄을 모릅니다. 아이는 자꾸만 엄마 품을 파고듭니다. 엄마가 혼잣말을 합니다. ‘보지 말고 바로 돌아설 걸…….’ 1학년 때 교문에서 엄마와 헤어지는 게 힘들어서 영호와 몇 번 교실에 갔던 그 아이입니다.

영호는 가까이서 말없이 지켜보기만 합니다. 아이는 엄마에게서 떨어질 기미를 보이질 않습니다. 영호가 아이에게 묻습니다. “교장 선생님하고 2학년 교실에 가면 어떨까?” 아이는 말이 없습니다. “…….” 영호가 무릎을 굽힌 체 아이의 손을 잡고 말합니다. “ㅇㅇ야, 교장 선생님하고 교실에 가자.” 여전히 아이는 말이 없고, 엄마는 애가 탑니다. “ㅇㅇ야, 교장 선생님 하고 교실에 들어가 응,”엄마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영호가 아이의 손을 잡고 교문을 들어섰습니다. 아이가 뒤돌아보지 않도록 한 손으로 가방을 잡고 바짝 붙어서 걸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의 엄마도 바로 돌아서서 갔습니다. 100여 미터 남짓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체육관에서 체온 측정을 했습니다. 아이도 영호도 모두 정상입니다. 햇볕이 없는 쌀쌀한 날씨라서 평균치보다 조금 낮게 나왔습니다.

체온 측정을 마치고 영호가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2학년 교실까지 혼자 갈 수 있겠니?” 아이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영호는 아이의 손을 잡고 체육관을 가로질러서 2층 계단을 올랐습니다. 180.1센티미터인 영호보다 더 키가 큰 담임 선생님이 교실 입구에서 아이들을 맞으면서 신발 정리를 돕고 있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의 이름을 부르면서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렇게 2학년에서 6학년까지 아침 등교가 끝났습니다.

다시 9시 10분에 교문에 나갔습니다. 1학년은 입학식 날만 9시 20분에서 9시 40분까지 등교를 하는데, 보호자 한 명과 체육관까지 같이 들어옵니다. 체온 측정을 마치고 이상이 없으면 아이는 교실로 보호자는 교문으로 다시 나오는 것으로 사전에 안내가 되었습니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가 10여 명, 부모와 할머니까지 함께 온 아이가 한 명, 나머지는 한 명의 보호자와 첫 날 등교를 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았지만, 첫 날부터 모든 아이들이 등교하는 것으로 2021학년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모든 아이들이 등교하는 아침이면 좋겠습니다. 오늘같이 영호가 “사랑합니다, 아침 먹었어요, 재미있게 공부하세요.”라는 아침인사를 하는 날이면 좋겠습니다. “오늘이 좋으면 늘 좋은 날이다.”라고 합니다. 2021년 3월 2일, 다시 교문에 선 영호의 바람이자 우리 교대부초 교육공동체 모두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김영호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