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 제대로 볼 수 있다
혼자일 때, 제대로 볼 수 있다
  • 승인 2021.03.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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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장
코로나 19로 인해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혼자의 시간이 싫지만은 않다. 안 그래도 코로나 이전에도 혼자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나에게는 또 다른 쉼의 시간이라 일부러라도 만들고 있었던 참이었기에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은근히 즐기고 있는 중이다.
나는 종종 사람들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걸 추천하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추천하는 이유는 혼자만의 시간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자기 자신을 숨김없이 민낯으로 만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고,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 차를 운전하던 어느 날이었다. 한참 차를 몰고 도시의 오고 가는 자동차들 사이를 벗어나 외진 외곽 도로를 진입하고 난 후, 이전까지는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차 전조등도 켜지 않고 차의 폭을 알려주는 미등(尾燈)만 켜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불도 제대로 켜지 않고 미등만 켠 채 밤늦은 시간 도시의 도로를 달렸지만, 전혀 불편함 없이 잘 다녔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건, 마주 오는 다른 차량의 불빛 때문이었고, 도로가의 가로등 불빛들이 반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난 그 사실을 모르고 내 차에서 나오는 빛으로 도로 위를 안전히 운전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외진 도로를 달리면서 나는 내 차의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다른 불빛이 없는 깜깜한 곳에서 내 차의 상태를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에 의한 빛으로, 혹은 옆에서 함께 하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내는 빛으로 나는 어려움도 없이 잘도 살아왔다. 마치 내가 잘나고 멋져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 속에서 있을 때, 나는 나 자신을 온전히 볼 수 없다.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도 모른다. 남이 내는 빛이 마치 내가 내는 빛 인양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살다가 한 번씩 힘든 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한 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었다. 억지로, 일부로 찾아 들어간 시간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여건이, 환경이 나를 그 고독의 시간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참 감사하게도 혼자만의 시간에 나는, 나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이 약한지, 무엇이 넘치고 있는지를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외로운 혼자만의 시간, 참 고마운 시간이었다.
이후로 나는 힘든 일이 찾아오면 나를 점검하라는 신호로 알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참 감사한 삶의 깨달음이다. 옛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 중에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의 의미를 이제는 알 듯하다. 아픔의 시간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그래서 철저히 혼자가 된다. 마음의 아픔이든, 육체의 아픔이든 그 아픔의 순간은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그 시간은 철저히 혼자서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아픔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사람은 성장하게 된다. 어릴 때 몸이 아파서 병원 신세를 많이 졌던 아이 중에 생각이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한 아이들이 종종 있다. 그 이유도 위와 비슷한 이유라 생각해 본다. 우리는 종종 의도적으로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의 현재 모습을 점검하여야 한다. 나의 어떠한 부분이 부족한지, 무엇을 갈망하는지,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넘치는 부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깊이는 없고 넓어지기만 한 무분별한 인간관계, 채워지지는 않고 낭비만 있는 많은 활동들, 의미 없는 잡념과 걱정거리들,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모으고 또 모으는 잡동사니들. 그 모든 것들을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점검해 보자. 혼자만의 시간, 바로 우리가 우리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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