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은 왜 ‘헌법개정’을 들고 나올까?
권영진 대구시장은 왜 ‘헌법개정’을 들고 나올까?
  • 승인 2021.04.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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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권영진시장이 연이어 개헌의 불을 지폈다. 지난해는 뜬금없이 대구를 ‘사법수도’로 하는 ‘국가대개조론’을 들고 나왔다. 수도(首都) 이전(移轉)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다”는 판결이 있었다. 그런데 권 시장이 ‘헌법개정’이라는 중요한 이슈를 시민의 의견수렴도 없이 들고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 출신 홍의락 재선의원을 부시장으로 영입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좌로 기우는 듯한 권시장의 행보는 일부 시민들의 의혹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곤 이 국가대개조론은 시민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슬며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무릇 정치인이라면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 참외밭에서 신을 신지 말고, 자두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이란 옛 말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연에 남의 의심을 살만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군자의 도리다. 그런데 권 시장은 또다시 ‘지방분권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번 ‘국가대개조론’은 그 함의(含意)가 헌법개정을 수반하는 것이었지만 이번은 노골적으로 ‘헌법개정’을 부각시켰다. 이를 두고 권시장이 문재인대통령과 민주당이 갈망하는 ‘헌법개정추진’에 앞장 서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왜냐하면 딱히 지금 시점에 이 문제를 끄집어낼 만큼 다급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구시장이 헌법개정추진에 관한 권한도 없다. 어디까지나 정부나 국회에서 논의 되어야할 사항이다. 물론 의견은 낼 수 있다. 대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이 많고 많은데 하필이면 ‘헌법개정’ 선두일까? 더구나 권 시장이 내걸은 대구시민의 안전한 취수원확보, 경북도와 시·도행정통합 등 굵직한 현안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터다. 게다가 거리마다 임대현수막이 펄럭이고, 자영업자의 한숨으로 땅이 꺼지는데도 이를 애써 외면하고, 정쟁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야만 할까? 참 딱한 것은 ‘국민의힘’이다. 소속 당원인 권 시장이 이런 주장을 해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이 없다. 서울·부산시장선거에 당운을 걸고 싸우는 판국에 권시장이 ‘지방분권’의 구실을 붙여 ‘헌법개정’의 불을 지피고 나섰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권시장의 저의가 무엇일까?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에 잘 보이려고? 정부·여당의 헌법개정의 물꼬를 틔워주기 위해서라면 그 반대급부는 무엇일까? 반문할수록 의문만 증폭된다. 지금이라도 권 시장은 여기에 대한 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광역자치단체장은 대권반열에 오를 수 있는 비중이 큰 자리다. 자칫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수 있고, 시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발표로 쾌재를 부른 쪽은 민주당이다. 퍼뜩 민주당 이해찬 전대표의 “50년 장기집권” 발언이 뇌리를 스친다. 민주당은 의석수가 ‘헌법개정’, ‘대통령 탄핵소추’ 외에 다할 수 있다. 실제 모든 국회직을 독점해버렸다. 법안도 야당을 아랑곳 하지 않고 맘대로 뚝딱 해치웠다. 자유당 정부 때보다 더 독재라는 평까지 나올 정도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국회에서 무시되어 버리는 가슴 아픈 형국에서 권 시장이 여권의 헌법개정 드라이브에 앞장 서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일까?

오죽하면 대학교수들이 “헌법을 지키기 위해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다. 그런데 보수의 심장인 TK에서 대구시장이 ‘헌법 개정’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다는 것은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아무래도 권시장은 이 하나로 정치의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 하지만 헌법 개정은 매우 중대하고, 첨예한 정치과제다. 스포츠대회도 아니고 ‘전국에서 처음’이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다. 지방분권이 안 되어 나라경제가 침체된 것은 더욱 아니다. 물론 지방분권도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년 3월 대통령선거가 아닐까? 정권의 향방에 따라 ‘지방분권’의 영향을 받는 게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설사 지방분권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너무 앞질러 간 것 같다. 대통령 선거가 불과 1년도 남지 않았다. 헌법 개정은 대통령선거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러기에 성급한 권시장의 ‘헌법개정 특위’ 구성이 정치 잇속을 챙기려 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권 시장에게 진중한 처신을 당부 드리고 싶다. 대구시가 당면한 현안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선 26년간 전국 1인당 GRDP가 꼴찌라는 불명예를 얻고 있다. 게다가 여권에서도 조롱을 받고 있는 처지다. 권시장은 정치보다는 시민의 삶을 부유하게 하는데 전심전력해도 시간이 부족할 때다. 지금이라도 지방분권 문제는 전문가의 연구용역에 맡기고, 경제침체와 코로나19로 피폐해져 있는 시민의 삶을 북돋워주는 데 올인해야 옳다. 시민들은 권 시장이 요란한 빈 수레보다 알곡을 가득 실은 희망의 수레를 끌어주기를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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