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中國夢)과 문화공정(文化工程)
중국몽(中國夢)과 문화공정(文化工程)
  • 승인 2021.04.1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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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관광계열계열장·경영학 박사
2002년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의 중국변방사 연구센터가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의 동북 3성과 연합하여 동북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는 명목으로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대대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5년 동안 추진하였다.

중국은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55개의 소수민족으로 성립된 다민족 국가로 현재 중국의 국경 안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은 중국의 역사이므로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의 역사 또한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며 공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고구려를 고대 중국 이민족의 지방 정권으로 격하하여 중국 역사로의 편입을 시도하였다.

초기의 동북공정은 동북 지방의 개방에 따른 불안과 지역의 안정을 위한 중국 국내 방어용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동북 3성 지역에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하여 관광과 고구려, 발해의 유적을 답사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소수민족 가운데 유일하게 모국(母國)을 가진 200만 조선족에게 한국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한반도와 접경한 동북지역이 민감한 변경지역으로 대두되는 것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민간인의 동북지역 연고 주장(간도영유권)과 조선족과 중국 현지인의 차별, 불법적 선교 활동 조사를 이유로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착수하였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은 소수민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국가의 통일성을 강화할 필요가 절실하다.

하지만 조선족은 다른 소수민족과 다르게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진 강력한 모국이 존재하여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중국화 하기에는 쉽지 않으며 그렇다고 조선족만 예외로 인정할 경우, 중국 내 다른 소수민족에 미치는 파급력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남북통일 등 한반도 정세변화 시 동북 3성 지역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동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동북3성 지역의 영유권 문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하여 동북공정을 시작하였다. 중국은 2012년 18차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이 총서기로 선출되어 일인자에 오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의 실현’을 국가 이념으로 내세우고 중국 주도의 세계 질서 구축을 표방하면서 공정은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된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막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 대국화를 지향하며 대국굴기라는‘중화민족주의’로 무장하고,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으로 전 세계를 중국의 영향권 아래 두겠다는 원대한 발상을 구상하고 있었다. 또한, 자문화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문화 상업적 영토확장을 기치로 주변 국가들의 문화를 자신들의 문화로 흡수하려는 문화적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공격적 형태의 문화공정 정책을 수립하였다.

이런 연장선에서 중국은 문화공정을 통해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자신들의 문화유산이라 주장하면서 K-POP, 한국의 전통 의상, 전통 음식까지 모두 중국으로 흡수시키기 위한 집요하고 치밀한 문화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11월 중국 공산당의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김치 종주국의 치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김치(무역) 적자국으로 수입 김치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라고 보도하며 김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를 시작으로 중국의 김치 흔들기가 이어져 장쥔(張軍) 중국 UN 대사가 트위터에 김치를 담그는 사진을 올리고, 중국의 1천400만 유튜버 리쯔치(李子柒)는 김장하는 영상을 올리며 설명란에 ‘중국 요리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하였으며, 마침내 중국 공산당 정법위까지 가세하여‘김치는 중국 음식’이라고 주장하였다.

중국은 한국 김치 제조 기업들을 대상으로 ‘파오차이’(泡菜)라는 중국식 김치 표기를 강제하고 자국 식품 표준에 따르지 않는 제품은 현지 사업과 판매를 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에 더하여 중국은 한복, 비빔밥에 이어 삼계탕까지도 중국 전통 요리라고 우기는 등 갈수록 도를 넘는 문화침탈을 획책하고 있다.

문화공정의 중심에는 뿌리 깊은 중국의 자문화 우월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세상의 중심은 중국이며 수천년 동안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고 소국은 당연히 대국을 섬겨야 한다는 왜곡된 관념이 존재한다. 이는 중화 우월주의적 애국 교육을 받은 중국 청년 세대에서 민족주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국수주의로 흐를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오랜 세월의 역사 속에서 한국과 중국은 교류, 충돌, 갈등하면서 생존해 왔으며 이를 통하여 상호 간 관습·신앙·도구·기술·설화 등의 문화전파가 일어났고 새로운 문화로 변화해 가는 문화변동의 과정을 꾸준히 겪어왔다. 이 과정에서 상호 간 문화적인 교류와 영향으로 양국 간의 문화적 유사성이 중첩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문화란 그 지역에 거주하는 민족의 삶과 융합된 가치관이 생활 양식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문화의 상호작용을 도외시한 채 모든 것을 내 것이라고 우긴다고 자신들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오랜 세월 동안 독자적 가치를 인정받는 전통문화를 발전시켜 왔으며 국가와 민족의 얼이 담긴 한민족의 고유문화를 이어왔다. 김치 또한 문화변동을 겪으며 한민족의 고유한 문화로 탄생하였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김치 공정’,‘한복 공정’과 같은 ‘문화공정’은 역사 침탈에 이은 문화침탈로, 2050년 미국에 맞서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한 중국이 할 짓은 아니다. 국제사회와의 평화적 공존과 공동의 번영에 기초하지 않는 패권주의적 ‘중국몽’은 악몽으로 중국의 미래에도 패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의 진정한 리더 국가가 되고자 한다면 교만과 옹졸함을 버리고 대국다운 면모로 주변국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세계의 선도국가는 단순히 힘만으로 될 수 없으며 그에 상응하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물리적으로 고개를 숙이게 할 수는 있어도 이웃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중국 인민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중국몽(中國夢)은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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