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특별기고]사회 변화는 장애 감수성으로부터
[장애인의 날 특별기고]사회 변화는 장애 감수성으로부터
  • 승인 2021.04.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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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두표
홍두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구지역본부장
지난 겨울 한파 속에 어머니와 교외로 산책을 나왔다가 실종된 발달장애인이 얼마전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온 사건이 있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실종 건수는 매년 8,000건을 상회하고 있고, 지난 5년간 미발견 건수는 104건, 발견됐지만 이미 사망한 건수는 총 271건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장애인 부모들은 지역사회에 최소한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안전망이 구축되어 있었다면 적어도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족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장애를 지니고 있다면 그 가족 전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가족은 물론, 심지어 주위 친지들까지도 장애를 개인적인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 돌봄은 그 가족이 오롯이 부담해야 할 일이 되고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막막한 현실 앞에 놓이게 된다. 장애가 없는 사람이나 접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의 발생 원인은 선천적이거나 출산 시 원인 외에 후천적 질환이나 사고에 의한 비율이 88.1%로 압도적으로 높다. 또한, 2019년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15.5%로 이미 고령사회의 기준을 넘어 초고령사회로 내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누가, 언제, 어떻게 장애를 갖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나 자신은 물론 가족 중에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장애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나와 무관한 일로 인식하고 있다. 필자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25년 넘게 일을 하면서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분들이나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 분들도 장애를 갖게 되고 나서야 또는, 내 자녀가 발달장애인임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사회적 장벽이나 불이익 같은 것을 느끼게 되었고 많은 부분의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남녀 간의 성평등이 강조되면서 젠더 감수성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장애로 인한 사회적 불편에 대한 감수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높여 나간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하고 안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제도적 차원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인식도 장애 감수성을 갖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변화가 휠씬 크고 넓을 것이다. 복지 선진국 스웨덴의 경우에는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일단, 장애를 갖고 있어도 우리나라처럼 남들과 똑같이 되어야 한다는 집단의 강박이 없다. 가족 중에 누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가족이 해체되는 일도 없고 가진 돈을 치료에 쏟아 붓는 일도 없다. 그들은 국가를 곧 국민의 집으로 여긴다고 한다. 스웨덴이라는 집에서는 그 누구도 아파하거나 굶주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확고하다. 1990년대 집단거주시설을 완전히 폐지하면서 장애인의 삶이 모든 사람과 같아야 하고 일상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며 지역사회의 중심에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원리가 확립되었다. 여기에 발맞추어 법률로써 지역사회 서비스 제공 체계가 마련되었는데 서비스 판정과 제공 과정이 전문가나 공급자 중심이 아닌 철저하게 이용자 개인의 욕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같은 스웨덴의 방식은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한 것이고 전 사회적으로 어떠한 조건이나 편견없이 인권이 존중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장애에 대한 인식과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 왔지만 장애인 당사자나 그 가족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 그만큼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장애인 당사자나 그 가족이 장애를 접하게 되면서 고민하는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해야하는지는 바라보는 관점이나 환경에 따라서는 결정적인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노력보다도 사회적으로 장애 감수성을 높이는 일이 장애를 허물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훨씬 더 많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코로나19로 드러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생각해보면 장애 감수성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장애인이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사고가 난 이후 특별한 배려를 하기보다는 우리 주위에 사회적 불편으로 인해 소외되거나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지 먼저 살펴본다면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한층 더 따뜻하고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일자리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걸쳐 장애 감수성을 통해 ‘다함께 잘 사는 포용적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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