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기회의 창인가
가상화폐, 기회의 창인가
  • 승인 2021.04.2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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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중앙아시아의 천산산맥이 원산지인 튤립이 1630년대 오스만 제국에 의해 유럽으로 건너왔다. 네덜란드에서는 수입된지 얼마 안되어 튤립이 큰 인기를 끌면서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튤립에 대한 투기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1690년대 중반에는 튤립 한 뿌리에 한화로 약 1억6천만 원까지 치솟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네덜란드 법원에서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순식간에 거품이 사라졌고, 튤립 가격이 폭락하면서 튤립에 큰 투자를 했던 많은 상인들은 빈털터리가 되었다. 이러한 파동은 결국 네덜란드가 영국에게 경제대국의 자리를 넘겨주게 되는 한 요인이었다.

루보니치를 꿈꾸는 현대판 튤립파동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14일 미국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8천만 원을 넘어서면서 가상화폐의 광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 나스닥 최초로 가상화폐인 코인베이스가 상장되어 거래 기준 가격인 250달러보다 31.3% 급등한 328.28달러로 마감하면서 시가총액은 약 95조7천억 원에 달하게 되었다. 이처럼 코인베이스가 큰 관심을 끈 이유는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한 불안정성, 큰 변동성 등 위험요소로 인해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기를 꺼리는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시장을 보는 시각은 양극으로 나누어진다. 미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이 "가상화폐는 매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용한 가치저장의 수단이 아니다. 또한 암호화폐는 달러화폐보다는 기본적으로 금의 대체재인 투기적 자산에 더 가깝다"고 발표하자, 최근 6만2천 달러까지 상승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5만5천 달러 밑으로 하락하였다. 반면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가상화폐를 테슬라의 지불수단으로 도입하여 투기적 자산에서 지불수단으로 변모시키겠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15억 달러, 약 1조7천억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결제수단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시했는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역대 최고가로 뛴 바 있다.

우리 정부도 가상화폐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사행된 특금법은 암호화폐거래소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시중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서 영업을 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등의 일정요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해야 한다. 기존 사업자도 9월 24일까지 신고를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폐업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코인거래소에서 은행 실명계좌 발급,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모두 충족하는 요건을 갖춘 거래소는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과 코인원은 농협, 코빗은 신한은행 등 4곳의 거래소 뿐이다. 다른 거래소에서도 특금법 시행 유예기간인 6개월 안에 은행과 계약을 맺고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은성수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답변에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가 있지만 다 폐쇄가 될 수 있다. 9월에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코인거래소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2월 기준 국내 코인 거래소는 200여 곳에서 실명 인증 계좌는 250만개로, 하루거래량은 20조원 가량이다. 이중 2030 투자자의 비중이 60%이상 이며, 이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투자금을 모아 투자하고 있다. 이 같은 은성수 원장의 발언으로 인해 코인가격이 크게 출렁이자 2030 투자자들의 분노의 화살이 은 원장에게 향했으며, 이에 4.7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정부여당은 내심 당황해 하고 있다.

IT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새 시대를 여는 대표적인 혁신기술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암호화폐의 이슈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자금 추적이나 정보의 비대칭이며, 이 때문에 블랙머니가 이 암호화폐의 시장으로 유입되어 거래될 것과 가격 급등락으로 인한 지나친 투기장세이다. 지난 2003년 소비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고자 신용카드 규제를 완화했다가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발급하여 신용카드 회사가 부도를 맞고 신용불량자가 급증한 카드대란 사태가 발생했으며, 경제적 경험이 부족한 20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마찬가지로 가상화폐시장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작은 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창으로 보는 시각은 경제적 경험이 부족한 2030 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따라서 IT전문가와 금융전문가들이 보는 가상화폐시장에 대한 견해가 다르겠지만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현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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