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에‘나의 날’을 만들자
‘5월 가정의 달’에‘나의 날’을 만들자
  • 승인 2021.05.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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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익 대구문화재단 대표
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계절을 온전히 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렇게 부른 이유를 알 만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초록빛이고 맑은 날 하늘을 보면 이따금 걸려 있는 구름과 더불어 그렇게 푸를 수가 없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이 한 달에 몰려 있다. 일생을 살면서 대부분 사람들이 겪고 지나가는 인생의 주요 단계나 인연을 굳이 기념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 좋은 계절에 오늘의 자신이 있게 한 소중한 이들을 한 번 더 떠올려 보라는 의미를 담은 것 아닐까 여겨진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인간도리를 저버리는 일도 허다하니 아예 날짜를 못 박아서 고마운 분들에게 안부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쓰거나, 찾아뵙고 마음을 전하라는 장치인 셈이다.

그런데 ‘가정의 달’ 주요 기념일을 들여다보면 관계중심 일정의 연속일 뿐 정작 가장 중요한 ‘나’는 실종되고 없다. 혈연이나 혼인계약 또는 교육현장에서 파생된 수동적인 기념일이거나 어른이 되었음을 선포하고 주변의 축하를 받는 일이 전부다. 평소 부모와 자식, 스승, 그리고 배우자에게 잘한다고 하더라도 이달만큼은 더 특별하게 그 인연을 존중하라는 취지는 모르는 바 아니지만 뭔가 빠졌다 싶은 마음을 지우기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이달 초 지인들에게 ‘가정의 달’에 매몰되지 말고 ‘나의 날’을 하나씩 만들어 스스로 기념하자고 제안했다. 어느 날을 ‘나의 날’로 정할지, 어떻게 기릴지는 각자의 몫이겠으나 반응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생일이 나의 날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으나 이 또한 부모와의 관계에 의해 파생된 날짜이니 배제하기로 하자. ‘하늘 아래 오직 나만이 존귀하다’는 부처님 첫 말씀이나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 구절을 빌리지 않더라도 ‘나’라는 실존이 없다면 인식 대상으로서의 ‘우주’ 또한 존재하지 않음은 우리 모두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는 대개 타인에 의해 규정된 일상의 틀에 매여 살고 있다. 타성이나 체면, 자기만족 등 그 연유야 어떠하든 무게중심 없이 바깥을 향한 관계가 우리 생활을 과도하게 지배한다면 결국 껍데기만 남는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아파한다. 주변과의 관계에 치여 마음앓이를 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나’를 찾아서 그 아픔의 뿌리를 들여다볼 때 치유의 길도 열린다.
우리는 요즘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감염병에 일상을 지배당하고 있다. 무분별한 인간관계와 탐욕에 물든 자신을 되돌아보라는 신의 경고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다시 맞은 5월에 우리 각자 ‘나의 날’을 제정해 자신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실천하는 것으로 주변에 지배당하지 않는 온전한 봄날을 가꿔가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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