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靑出於藍)
청출어람(靑出於藍)
  • 승인 2021.05.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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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대구 문화예술의 저변은 넓고도 깊다. 장르를 망라해서 걸출한 아티스트는 언제나 존재하였고 지금도 그렇다. 흔히들 한강이남에서--- 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대구는 문화예술에 있어서 그야말로 이런 표현에 딱 들어맞는 곳이다.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예술가가 많지만 특히 훌륭한 성악가가 많다는 것이 대구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오페라 하나의 목적으로 건립된 단일 공연장(대구오페라하우스)을 가질 수 있음은 지역 오페라 운동의 선구자였던 이점희, 김금환 이란 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60~70년대 국내 최정상의 테너였던 김금환 선생께서 영남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대구 오페라운동의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러한 토양에서 대구 성악가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게 된다.

70~80년대 대구 음악대학에는 당시 국내 최정상의 성악가들이 많이 부임해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때 좋은 성악가들이 많이 배출 되었다. 훌륭한 선생이 있음으로 해서 뛰어난 제자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어 다수의 지역출신 성악가들이 해외 메이저 극장 주역으로 활동하는 등 그 폭이 오히려 과거 보다 더 넓어지고 있어 참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제작 중심 극장이다.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하는 공연장이다. 이러한 작업을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이는 다른 요소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한다. 즉 예술가를 제대로 알아보는 것을 기초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일의 근간에는 지역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있어야한다. 이러한 기조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고 있다.

예술단원 중 정말 뛰어난 기량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시립예술단 올해의 아티스트'를 새로이 만들었다.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최대치를 투입하여 단체속의 한 개인이 아닌 예술가의 자존심을 걸고 자신이 평생 닦은 진가를 제대로 나타낼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작고 예술인 재조명 시리즈, 명인전과 청출어람 등이다. 바리톤 이동환과 그의 스승 바리톤 김상충을 함께 조명함으로서 청출어람 시리즈의 막(5월 15일)을 열게 되었다.

바리톤 이동환은 유럽의 메이저 극장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지금까지보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성악가다. 그런 그가 최근 모교 영남대학교 교수로 부임하게 되면서 주 활동무대를 국내로 옮겼다. 물론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 활동은 계속 되겠지만 가까이서 그의 노래를 더 자주 감상할 수 있음은 지역 팬들의 입장에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그의 문하에서 지도를 받게 되는 제자들로서는 더욱더 좋은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본고장에서 인정받은 노하우를 전수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바리톤 이동환이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라면, 그의 스승 바리톤 김상충의 공을 잊으면 안 되리라 생각한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졸업까지 기간 뿐 아니라 정상급 가수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스승 김상충의 충고는 이동환에게 언제나 중요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역에서의 김상충의 음악적 성과역시 잘 기억해야한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지역 음악계의 중심 역할을 잘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밝은 빛에 눈이 현혹되어 그 가치를 과소 또는 과대평가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될 것이다.

두 성악가가 스승과 제자로서 그리고 바리톤으로서 서로를 애정으로 품음과 동시에 불꽃 또한 튀기리라 기대한다. 어쩌면 이동환은 '청출어람'이라는 말에 부끄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려면 어떻겠는가. 오히려 김상충은 더 기뻐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새롭게 마련한 청출어람을 통해서 우리가 가진 자산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그 가치를 드높이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작은 투자, 소중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이런 말이 있다. "자유라는 것은 하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귀중한 것들 중 하나. 자유를 위해서라면, 명예를 위해서나 마찬가지로 목숨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소설 속에 나타난 돈키호테는 무모함의 대명사가 아니었다.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산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유롭고자 했다. 예술가가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면 아티스트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유롭기 위해 일생을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아티스트를 현창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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