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운영학교와 교차 지도
통합운영학교와 교차 지도
  • 승인 2021.05.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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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교육부가 통합운영학교에서 교사의 학교급 간 교차 지도가 가능하도록 법적 개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통합운영학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와 같이 여러 학교급이 건물을 같이 쓰면서, 한 명의 교장 아래에서 체제가 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 사실 2000년 이전부터 통합학교를 운영할 수 있었는데, 초등학교의 통합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100여개 남짓의 통합운영학교가 우리나라에 있지만 대부분 중학교-고등학교 간의 통합운영이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의 개정에 통합운영학교 교원은 다른 학교급 학생을 교육할 수 있다는 항목을 추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정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지금까지는 교사 간에 교차 지도가 불가능하였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의 교차가 가능해지게 된다. 지금까지 당연히도 초등교사는 초등교사 자격을, 중?고등학교 교사는 중등교사 자격을 소지하여야 교육이 가능했다.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법적 개정이 만약 정말 실현된다면, 더불어 수원의 초중 통합운영 미래학교가 만약 예정대로 내년에 개교된다면, 우리는 통합운영학교의 혁신적인 운영을 꽤 빠른 시일 내에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사실 교차 지도의 도입은 인구절벽의 상황 속의 대안적 정책 중 하나다. 일례를 들자면 중학교 교사의 경우 작은 학교에서 주당 가르쳐야 하는 수업 시간을 채울 수 없을 수 있다. 사실 도 단위의 교육청 관내에서는 예체능 교과를 담당하는 교사가 인근 학교를 순회하면서 다른 학교의 수업까지 담당하는 일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심지어 인구가 적은 지역의 경우 꽤 먼 곳까지 이동하여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통합운영학교에서 교차 지도를 시작한다면 이러한 교사의 수업 시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육교사의 경우 중학교와 같은 장소의 초등학교를 담당하여 수업 시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얼마 전 한 뉴스에서 경북 농어촌 지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통합적인 교육활동 소식을 본 적이 있다. 두 학교의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현장 체험학습이나 예술제와 같은 큰 행사의 경우에 초?중학교가 공동 교육과정을 통하여 함께 추진하고 있었다. 경북형 미래학교의 모습이다. 사실 이러한 형태의 통합은 다소 단선적인 통합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경북도교육청에서는 이를 시작으로 더욱 깊이 있는 통합교육을 연구하고 있단다. 폐교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통합교육은 훨씬 더 나은 방향이 될 수 있다. 대구시교육청도 2021년부터 대구팔공초등학교와 팔공중학교를 통합학교 개교하고 통합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미래교육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상 인구 감소의 문제는 도교육청만의 고민이 아니기에, 대구 역시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통합학교의 운영, 혹은 교차 지도의 고민은 줄어드는 학령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만은 아니다. 통합운영학교는 운동장이나 건물만 같이 사용하는 등 단순한 물리적인 결합으로 행정적 비용만을 절감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통합운영학교는 교육과정의 통합적 운영을 통하여 연계성과 교육적 효과를 증대하는 진짜 '통합'을 바란다. 제대로 된 통합학교의 운영을 위해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가 분명히 협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쪽의 교사든지 두 학교급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 교원의 자격에 대한 문제는 물론 사범대와 교육대 간의 논의까지도 이어진다. 사실상 꽤 복잡한 일이기에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사실 초등교사와 중등교사는 그 자격 자체가 다르기에, 이들 교사의 교차 지도에 있어서는 법적인 개정만이 아니라 교육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근본적인 교육적 문제 밖에도 통합운영학교 자체를 학부모들이, 특히나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꺼려한다는 인식 측면의 문제도 있다.

통합운영학교는 분명히 미래학교의 한 모습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특히 몇몇 시도의 경우 학교의 통합적인 체제, 교육과정의 구성이나 학습 방법, 공간 활용 등 구체적인 대안에 이르기까지 방침을 마련하고 있는 등 머지않아 가까운 미래의 학교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학교를 합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교육당국이 다양한 방면의 연구, 지원을 이어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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