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고치는데 인색하지 말라(改過不吝)
잘못을 고치는데 인색하지 말라(改過不吝)
  • 승인 2021.05.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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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교 교장
요즘 달성군북부노인복지관에서 자서전 쓰는 강의를 듣고 있다. 강의를 신청하여 듣다보니 자서전 쓰기는 ‘참회(懺悔)’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참회는 과거의 잘못을 깨달아 뉘우치는 것이다. 예재호 달성군노인대학장이 강의를 하는 내내 자서전 쓰기는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이란 것을 강조했다. 잘못을 뉘우쳤으면 다음부턴 바르게 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퇴계 이황의 좌우명은 ‘홀로 있어도 늘 행동을 삼가는 신기독(愼其獨), 항상 공경하는 태도를 가지는 무불경(毋不敬), 간사스럽지 않은 사무사(思無邪),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무자기(毋自欺)’였다고 한다.

책을 엄청스레 읽은 대학자답게 좌우명이 가슴에 묵직하게 느껴졌다. 살아왔던 지난 일들이 하나하나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잘못을 뉘우칠 일이 더 많다.

서경 중훼지고(仲虺之誥)에 ‘개과불린(改過不吝)’이라는 말이 있다. ‘잘못을 고치는데 인색하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 하나라의 걸(桀)은 사치스럽고 포악한 군주였다. 연못을 만들어 물 대신에 술로 채우고 연못 둘레 나무에는 고기를 달아 놓았다. 그리고 연못에 배를 띄워 궁녀들과 희희낙락하며 그 술을 퍼마시며 나무에 달아놓은 고기로 안주를 하며 즐겼다. 이것을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 한다.

많은 신하들이 간언했지만 모두 죽임을 당하거나 유배되었다. 이에 탕(湯)이 마음 맞는 신하들과 걸(桀)을 몰아냈다. 그리고 상(은)이라는 나라를 세웠다. 그러나 상나라를 세운 탕 임금은 항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요 임금은 순 임금에게, 순 임금은 하나라의 우 임금에게 왕위를 순조롭게 선양(禪讓)하였던 것이다. 탕 임금은 선양의 전통을 깼을 뿐만 아니라 섬기던 임금 걸(桀)까지 축출했기 때문이었다.

이 때 신하였던 중훼(仲虺)가 백성들과 주변의 제후국들에게 탕 임금이 민심을 얻어 걸(桀)을 몰아낸 이유를 조목조목 알렸다. ‘탕 임금은 풍류를 즐기지 않았고, 불법 재화를 불리지도 않았으며, 덕이 많은 사람에게는 벼슬을 주었고, 공이 많은 사람에게는 상을 내렸으며, 사람을 기용할 때는 자신처럼 대우하고, 잘못을 고치는데 인색하지 않았고(改過不吝), 아주 관대하고 인자하다’며 고(誥)하였다. 만백성이 탕 임금을 밝게 믿도록 만들었다.

항상 마음이 편찮던 탕은 세수하는 그릇에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의 글씨를 새겨서 매일 아침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진실로 하루가 새로웠다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또 새롭게 하리라.’는 다짐이다. 이것이 바로 ‘탕지반명(湯之盤銘)’이다.

조선의 정조 임금은 신하들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언행을 기록하도록 규장각 검서관들에게 명하여 ‘일득록(日得錄)’을 쓰도록 하였다. 일득록은 ‘날마다 반성한다.’는 뜻이다. 사관이 기록하는 실록과는 다른 별도의 기록인 일득록을 편집하게 한 의도를 정조는 ‘이것은 반성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정조는 “잘못을 고치는데 인색하지 않는 것은(改過不吝), 제왕의 훌륭한 절행이다.”고 말했다. 공자가 ‘잘못이란 걸 알았다면 그것을 고치는 걸 서슴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깊이 새겼다. 군자는 언행이 무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비록 배워도 헛것이 된다. 그러므로 성실과 진심을 신조로 삼아야 함을 스스로 다짐하였다. 또 공자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것을 고치지 않는 게 더 큰 허물이다.’고 말한 것은 실천하도록 노력했다. 어느 누구라도 허물이 있다.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법, 내가 미처 살피지 못한 나의 잘못은 남의 눈으로 살펴야 한다.

정조는 왕세손으로 있을 때는 ‘존현각일기’를 썼다. 내면의 일기와 규장각 신하들의 눈에 비친 외면의 일기로 항상 자신을 살핀 임금이다.

얼마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장관을 임명하면서 도덕성 검증은 별도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발언했다. 지도자는 사실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 그 인성은 바로 도덕성에서 이루어진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능력이 도덕성이기 때문이다. 도덕성은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

누구든 허물이 있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고쳐야 한다. 잘못을 고치는데 지나치게 박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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