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이건희 미술관’과 ‘예술적 경영’
[박명호 경영칼럼] ‘이건희 미술관’과 ‘예술적 경영’
  • 승인 2021.05.2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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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지자체들의‘이건희 미술관’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2만3천여 점의‘이건희 컬렉션’을 두고, 대통령이 별도의 전시 공간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미 10곳 이상의 지자체들이 앞 다투어 미술관 유치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시가 일찌감치 유치를 선언하였고, 최근 경주시도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주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절차나 가이드라인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유치를 선언한 지자체들은 아전인수 격으로 유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고인과의 지연, 학연, 혈연은 물론이고, 문화 분권이나 문화 민주주의, 심지어 고인이 지역의 자연경관을 좋아했다는 희한한 근거도 내세운다. 이처럼 미술관 유치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이유는 미술관 유치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경제논리 때문이다. 미술관 유치로 관광객이 몰려오면 지역경제가 부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이 관광산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변질되는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세기의 기증’으로 불릴 만큼 방대한 양의‘이건희 컬렉션’에 대해 미술전문가들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라며 그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안목과 열정으로 미술품을 수집한 이건희 회장의 깊은 식견에도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처럼 경영자가 미술 작품을 수집하고 애호하는 것은 흔히 작품이 가지는 재산으로써의 가치에 주목한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애정이 결국 사회 환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컬렉션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생전의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모두 바꾸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기업이 생존하려면 혁신적인 발상과 전략으로 끊임없이 차별적 고객가치를 창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위대한 예술가와 탁월한 경영자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이처럼 혁신을 중시하는 것이다. 기업경영은 미술 창작과 근본 원리가 동일하다.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예술가든 경영자든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파괴하고, 다시 창조해야 한다. 그들은 고통을 자처하며 혁신하는 파괴적 창조자들이다.

경영자에게는 사람과 사물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능력을 키우려면 예술가처럼 대상을 열심히 관찰해야 한다. 적극적 관찰에서 대상의 본질을 보게 된다. 이해력과 창조성도 이에서 나온다. ‘언락’의 저자 조 볼러는 수학 문제를 숫자로만 접근하지 않고,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풀어볼 것을 권장한다. 숫자를 그림으로 인식하면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각적 표현이 다양한 사고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관찰 능력은 경영자의 생각과 통찰력에도 날개를 달아준다. 경영자가 예술을 통해 경제를 볼 수 있다면, 다양한 딜레마와 복잡성을 잘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다.

스탠 데이비스와 데이비드 매킨토시는 『예술가처럼 일하라』에서“예술과 비즈니스, 아름다움과 이익은 결코 상반된 가치가 아니며 서로 보완하며 함께 가는 것”이라고 했다. “경영자의 두 눈은 각각 예술적 시각과 경제적 시각을 대표하며, 어느 한쪽 눈만으로도 보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보다 깊이 있게 보기 위해서는 양쪽 눈이 다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예술의 미학적이고 정서적인 풍요와 비즈니스의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통찰력을 조화시켜 경쟁우위와 기업성과를 달성하려는 것이 ‘예술적 경영’이다.

마케팅에서도 예술은 매우 중요하다. 마케팅이 예술을 만나 ‘아트 마케팅’을 주류로 만들었다. 또 비슷한 제품과 서비스에 둘러싸여 있는 범용화 시대에 차별화 수단으로 ‘미학’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미학적 마케팅’이 등장했다. 이것은 예술을 활용하여 경제적 성과와 함께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것이다. 고객들은 더 낫고, 빠르고, 저렴하며, 안전한 것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요인이 전부는 아니다. 아름다움, 흥분, 즐거움, 의미 등과 같은 정서적이고 미학적인 면을 중시한다. 결국 이러한 예술적 자원을 잘 활용해야 마케팅 목표를 보다 유효하게 달성할 수 있다.

‘이건희 미술관’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기증 작품이 가장 잘 관리되고 널리 관람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최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기증 자산의 최대 활용도 중요한 기준이다. 그것은 유치 희망지역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도와 문화적 저력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이 밥 먹여주나?’라고 묻는다. 요즘엔 예술이 밥을 먹여 준다. 예술은 소비적이지만 않고 생산적이어서, 밥뿐만 아니라 마음의 밥, 영혼의 양식까지도 제공하여 우리 삶을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든다. 훌륭한 미술관이 가까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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