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우선순위
  • 승인 2021.05.26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필자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속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것은 삶의 중요한 것에 대한 우선순위가 뒤바뀐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중학생 학생이 엄마 손에 이끌리어 나에게 찾아왔다. 한눈에 봐도 그 학생은 고민이 깊어 보였다. 마치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깊은 한숨만 이따금 축 처진 어깨 위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살아있다고 해도 살아있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상태의 모습이었다. 엄마가 나가고 우리 둘만의 시간이 왔다. 여전히 학생은 말이 없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침묵하던 학생의 입에서 나온 말은 '죽고 싶다'라는 말이었다. 공부하는 것도 너무 힘들고 모든 것이 싫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든 것은 학교에서 친구들 한테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학생에겐 친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와 다투게 되었고 그 후 다툰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을 나쁘게 얘기하는 바람에 많은 친구에게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회라는 집단 속에서 다른 사람과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이란 존재는 타인을 통해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하지만 때로는 타인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타인으로 인해 죽어가기도 한다. 특히 또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 시기에는 왕따의 문제는 사형선고와 같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정말 그 학생의 힘듦이 본인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상담하는 동안 학생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말은'자살'이었다.

왕따, 너무 괴롭고 힘들다는 것은 필자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지만 자살은 아니다. 숨 쉬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자살은 아니다. 필자가 왜 이렇게 자살은 아니라고 얘기를 하냐면 세상 어떠한 것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상담 과정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직장의 문제로, 사람과의 관계의 문제로, 가정 문제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살은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 하루에 평균 40명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살까? 죽을까? 삶의 문제를 슈퍼마켓에 가서 콜라를 살까? 사이다를 살까?처럼 선택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 안타깝다. 논리의 비약이 심하지 않냐고? 아니 본인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살이란 단어가 우리 삶에 너무 가까이 와있다.

한 중년의 여성이 부부관계 문제로 상담실을 찾았다. 결혼을 후 남편은 더 이상 자신에게 사랑의 표현을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자주 다투게 되고 다툼이 심하게 되면 죽어버린다고 자주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 한 적이 몇 번 있었다고 했다. 참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남편과 다툼의 문제가 자신의 생명을 끊을 만큼 더 중요한 것일까? 한번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무엇이 중요한지 이것만 정확히 잘 알고 우선순위 그것에만 집중을 잘한다면 우리 삶도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사랑하는 남녀가 데이트를 하기 위해 만난다. 둘이 만나는 이유와 목적은 너무나 당연하다. 서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사랑하기 위함이다. 만나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자 함도 아니요. 또는 취조하고 괴롭히려고 함도 아니다. 하지만 즐겁게 보내고자 한 목적은 망각하고 만나자마자 늦게 왔니, 어제 왜 전화를 늦게 받았느니, 왜 내가 사준 옷을 안 입고 왔니 하면서 싸우는 커플이 있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그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이상으로, 사랑할 사람이 실제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 이상 무엇이 더 중요하단 말인가? 우선순위는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가족이 만들어지고 그 가족이 함께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우리의 자녀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학교를 건강하게 다니고, 남편과 아내가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하고 별 사고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 그것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는 없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