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일상
헌법과 일상
  • 승인 2021.05.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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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연구소장
헌법은 중 2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헌법 조문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말로 쉽게 풀어 쓰기도 했던 이오덕 선생은 생전에 남긴 글에서 “쉬운 우리말로 누구든지 읽을 수 있게 모든 법률의 조문을 다시 써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다”며 “헌법을 모두가 읽어서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의 틀을 어떻게 짜 놓았는가. 나라의 바탕을 어떻게 다져야 하겠는가를 생각할 때 우리나라는 참된 민주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부터 국회의원까지 개헌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및 5년 단임제 개헌 이후에 30여 년 간의 엄청난 시대적 변화상이 헌법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3월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무산된 터라 지금이 분권개헌을 위한 호기일까 하는 기대가 크다.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를 천명한 가운데 제대로 된 지방정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의 핵심은 개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관심은 분권개헌보다 권력구조개헌에 쏠리고 있다. 특히 대통령은 외교와 통일에 전념하고, 의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전반적인 국정을 책임지는 등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식 의원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 권력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나아가 정부와 국민이 나누는 수단으로서의 개헌이 아니라 정치권의 권력을 여야가 나누기 위한 개헌으로 간다면 개헌 논의는 의미가 많이 달라진다.

그동안 지방분권개헌 지지자들은 중앙집권체제의 폐해와 비효율로 인한 심각한 국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분권개헌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헌법전문에 분권을 명시하고 헌법 제 1조에 지방분권국가임을 규정하자는 등 지방분권개헌만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성장잠재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시민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헌법 조항을 외친다. 나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고 두렵기까지 하던 헌법이 우리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헌법은 자칫하면 남용되기 쉬운 국가 권력에 제동을 걸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국가의 최고법이다. 일반적으로 법이라고 하면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일정한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헌법은 오히려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당하지 않도록 국가 권력을 제한한다.

하지만 헌법이 어떤 법인지, 왜 헌법을 알아야 하는지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동안 헌법을 제대로 배우거나 읽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헌법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역사 속 수많은 사람이 치열하게 노력해 일군 결과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말로 가득한 헌법은 어쩐지 우리 삶과는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왜 그럴까?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사람의 노고가 쌓인 헌법을 법전 속에 가둔 채 권력자의 식탁 위에 두고 그들에게 처분을 맡겨왔기 때문이다.

헌법은 장롱 깊숙이 넣어두고 보관해야 하는 절대적인 규범이 아니다. 자주 꺼내 보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하는 일상의 보호막이다.

물론 개헌 또한 문제를 일시에 없애는 전지전능한 정적인 상태가 아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석하고 대항하며 권력을 나누는 동적인 과정이다. 이때 어떠한 방향으로 헌법이 개정되어야 하는지는 정치권만 아니라 시민의 요구가 충분히 담겨야 한다. 정치권은 이를 위한 판을 열어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곧 대통령제가 아니듯 개헌이 곧 자치분권개헌이 아니라는 사실이 불편한 가운데 시민의 입장에서 만들어질 대구형 분권개헌안과 그 이후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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