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소리
까치 소리
  • 승인 2021.06.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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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이른 아침 까치 소리를 들으면 오늘은 좋은 소식이 날아들 것만 같아 기분이 업 된다. 예전부터 그랬다. 어쩌다 정월 초하룻날 까치가 우는 소릴 들을 때나, 살아가다 안 좋은 일이 겹치는 와중에 우연히 까치 소리를 듣거나 까치를 보는 날엔 더없이 반가운 마음이 들곤 했다. ‘좋은 일이 생길거야’ 라고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 마음엔 까치가 어김없는 길조로 새겨져 있다.

이 동네 아파트로 이사를 온 지도 1년이 넘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 아파트는 높고 큰 나무들로 조경이 무척 잘 되어있어 까치가 참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까치 소리를 자주 듣는 편이다. 무슨 행운처럼 우리 아파트에 쉼 없이 까치가 날아드는 것에 대해 살짝 고마움까지 느낄 정도가 되었다.

어떤 날인가 나무 위 까치를 향해 돌팔매질을 해대는 아파트 주민을 보았다. 새로 지은 아파트라 조경도 잘 되어있고, 단지 내 쉼터엔 자갈돌도 많았는데 전력을 다해 그 자갈들을 나무 가지에 앉은 까치를 향해 계속해서 던지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다. “여보세요 아저씨. 그만 던지세요!” 웬 간섭이냐고 되묻는듯한 표정의 이 사내에게 “까치도 까치지만, 그렇게 힘껏 던진 돌이 나무를 지나 아파트 단지 안의 도로를 걷는 사람에게 맞거나 주차된 자동차 에 잘못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너무 위험해요” 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저놈의 까치가 종일토록 나만 보고 짖어대니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에요. 저 까치 소리만 들으면 울화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다니까요” 라고 내뱉으면서 슬쩍 모습을 감췄다.

내 딴에는 다른 이들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그만하라는 핑계로 그 사람을 말렸지만, 실은 내겐 ‘행운의 상징’ 같은 죄도 없는 까치에게 돌팔매질을 하는 행위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행운의 소리로 여겨 온 까치소리가 어떤 다른 이들에겐 노이로제를 안길 정도로 괴로운 소리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솔직히 놀라움이 컸다.

듣기에 괴로운 소리를 낸다고 앞뒤도 따지지 않고 사방으로 마구 돌팔매질을 해대는 그 사내를 보면서 ‘투기꾼을 잡겠다’며 사방팔방 미완의 정책으로 돌팔매질을 해대다 결국 애꿎은 서민들과 젊은이들만 벼락거지로 내 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왜 언뜻 떠올랐을까.

감사원이 월성1호기 경제성조작 감사에서 ‘피조사자들의 답변을 각색했다’는 이유로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검찰수사 운운 하는 것 역시 까치 소리가 듣기 싫다고 돌팔매질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까치는 원래 지저귀기 마련이고,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 라든지 경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 같은게 있을땐 더욱 따가운 울음소리를 내기 마련인데 그 소릴 참을 수 없다고 앞뒤 없이 이곳저곳에 돌팔매질을 해대서야 쓰겠는가. 감사원장은 원래 성역 없이 감사를 하기 마련인데 그게 마음에 안 든다고 돌을 이렇게 막 던져서야 쓰겠는가. 검찰총장은 본래 성역 없는 수사를 하기 마련인데 그 칼이 우리 편에게 겨눠진다고 소나기 사격을 갈겨대서야 되겠는가. ‘검찰 개혁’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빤히 눈에 보이는 것을 어쩌랴.

요즘 들어 또 즐거운 까치 소리에 아침마다 기분이 들뜬다. 야당의 전당대회 얘기다. 전에 없이 흥행몰이를 하는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전이 나를 흥분시킨다. 꼰대의 걸음걸이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국민의힘 이라는 보수정당에 새 물결이 일고 있는 모습이 걷잡을 수 없이 반가운 것이다. ‘쇄신’ 이라거나 ‘발전’, ‘희망’ 같은 말들이 진보 정당이 아니라 오히려 보수를 자처해 온 국민의힘 에게서 나오고 있다. ‘계파’와 ‘선수’ 같은 것들만 내세우며 지독히도 권위적이었던 보수정당에서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드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한바탕 축제를 보는 듯 하다. 한쪽 진영에선 ‘조국의 시간’으로 흙탕물이 일고 있는 와중에 한 쪽 진영에선 정치판의 꼰대문화가 정통으로 갈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대중적 열망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절절이 느낀다.

민심은 ‘파격적 변화’를 향해 움직이고 있고, 국민의힘 당원들의 당심 역시 민심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기존 의원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실망과 질책이 연일 명확하게 표출되고 있다.

‘민심’이 우선일까, ‘당심’이 우선일까. 결론은 민심이다. 부동산 정책에서 당심이 우선되어야 할까, 민심이 우선시 되어야 할까. 민심이다. 당권 경쟁 과정에서는 그러면 민심이 중요할까, 당심이 중요할까. 당권이 대선을 겨냥하는 시점이니 이 역시 ‘민심’이라는 결론은 절대적이다.

불공정과 내로남불, 지지층의 왜곡된 당심 만을 다가 제대로 심판을 받은 민주당의 지난 재보궐 선거가 그걸 명확히 증명했다.

자주 들리는 까치 소리가 곧 좋은 소식을 가져다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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