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제거
잡초 제거
  • 승인 2021.06.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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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사람의 마음속에 다양한 모습의 '마음 밭'이 존재한다. 그 마음 밭에 무엇을 심든지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누구는 그곳에 꽃을 심고, 또 어떤 사람은 그곳에 과일나무를 심는다. 꽃을 심고 꽃이 활짝 핀 사람의 마음 밭에는 늘 향기가 가득하다. 그 결과 꽃을 향해 벌과 나비가 찾아오듯 언제나 많은 사람이 그의 삶 속으로 찾아온다. 또한 과일나무를 심은 사람의 마음 밭에는 탐스럽게 잘 익은 과일이 가득할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삶은 여유가 넘칠 것이다. 나눌 것이 많은 까닭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며 주위 사람에게 자신의 열매를 넉넉한 마음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 마음 밭에 꽃도 피고 열매도 자라지만 반면에 성가신 잡초도 함께 자란다. 그래서 수시로 잡초를 제거해 주지 않으면 어느 순간 마음 밭에는 잡초만 무성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자고로 우리 마음 밭에 자라는 잡초를 잘 제거해 주어야 한다.

필자의 아들이 작년에 군대를 전역하고 진로를 농사로 결정했다. 필자가 클 때만 해도 농사일은 남자들이 마지막에 "할 것 없으면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하며 할 것 없을 때 마지막에 하는 직업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농사란 직업이 젊은 사람들에겐 '블루오션'이 되었다. 청년들에게 국가와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어서 청년들이 기반을 잡는데도 훨씬 수월하게 되었다. 아들이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2년이 되었다. 농사일을 시작한 작년 한 해는 뭐가 뭔지 모르고 지내는 듯했다. 농사에 대한 개념도 잡혀있지 않았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지만 올해부터는 주위에서 도움 주시는 분들 덕으로 지금은 제법 농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샤인머스켓' 시설 설비도 직접 했고 묘목도 직접 심었다. 그래서 애착을 더 가지고 농사일에 전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농부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은 청년 농부가 된 것이다. 덩달아 정장 입고 강의만 하던 필자도 농사일에 함께 참여하여 바쁘게 살아가게 되었다. 말 그대로 '어쩌다 농부'가 된 것이다.

농사를 하기 전에는 농사란 것이 그냥 작물만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농사를 지어보니 작물을 살리고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작물이 성장하는 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로운 균을 죽이고 해로운 벌레를 죽이는 일도 농사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농부가 하는 일 중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농사를 먼저 지은 선배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농사는 잡초하고의 싸움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잡초를 어떻게 잘 정리하느냐에 따라 농사의 성패(成敗)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뭐 그럴까 봐'라며 우습게 생각하고 흘려들었는데 요즘은 무섭게 자라는 잡초를 보며 "농사는 잡초와의 싸움"이라는 말을 제대로 실감하고 있다.

잡초를 제거하면서 느끼게 된 점은 잡초는 가꾸고 돌보지 않는데도 너무 잘 자란다는 점이다. 물을 주지도 않고, 영양제도 주지 않는데 너무 잘 자란다. 잠시 잠깐 여유를 부리며 돌보지 않으면 금방 밭은 잡초로 뒤덮여 버린다. 농담이 아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나의 말에 백번 공감을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농사가 잘되기 위해서는 작물을 키우는 것 이상으로 자라는 잡초를 제거해 주는 일을 잘해야 한다. 잡초가 작고 어릴 때 빨리 제거해야 힘도 덜 들고 빨리 제거가 된다. 그렇지 않고 무성히 자랐을 때 제거하려면 몇 배의 수고를 해야 한다.

잡초는 가만히 놔둬도 잘 자란다. 반면에 작물은 정성스럽게 가꾸어 키워야 잘 자란다. 우리 마음에도 이와 비슷하게 좋은 생각과 나쁜 생각이 자란다. 나쁜 생각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자라지만 좋은 생각은 관리를 해줘야 자란다. 시시때때로 비집고 올라오는 나쁜 생각을 방치해 두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렇지 않고 방치 해 두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 마음 밭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되어 엉망이 되어 버릴지 모른다. 나쁜 생각은 아주 작은 것일 때 빨리 싹을 잘라 버리고 좋은 생각은 매일 정성껏 돌보며 키워나가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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