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제와 문제여성
여성문제와 문제여성
  • 승인 2021.06.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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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연구소장
이미 지난 세기가 되었지만 30여년 전 여성문제에 대해 공부하면서 들었던 말이다.

“여성문제가 어딧노, 문제 여성만 있지”

그 문제 여성들이 자신이 경험했던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지 30년, 법과 정책의 제도화가 엄청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성 인지 감수성은 여전히 낮아 제도의 실효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법제적·형식적으로 남녀평등의 권리가 인정되지만, 분야별 남녀차별이 재편성되어 결혼이나 사회참여 등 여러 분야의 남녀차별이 존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20대 남성들은 남녀 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서울연구원 2020년 조사) 세대로서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

이들의 부모 세대가 여성을 남자들이 보호해주고 돌보아 주어야 하는 파트너로 인식했다면 지금 20대 청년들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더 이상 파트너가 아니고 경쟁자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CNN은 보도하고 있다. 20대 젊은 남성들의 그들의 이성에 대한 반감이 심각하게 진전되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경제 성장이 줄어들고, 기업의 고용이 줄어, 취업이 어려워지면서라는 것이다. 물론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성 공격) 측면도 있다.

20대 남성들은 가부장제 기득권을 누린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 억울해할 수도 있지만, 여성들은 여전히 채용 등에서 성차별적 현실을 느끼고 있다. 20대 남성 앞에 놓인 취업, 결혼, 집과 같은 현실 문제의 원인이 20대 여성 때문은 아니다.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처해 있는 환경은 과거 세대에 비해 크게 달라졌고, 성차별에 대한 인식 변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동년배 여성들의 의식이 바뀌었는데 비해 남성들의 변화는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니 갈등이 커지는 것이다.

지난 3월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를 발표한 여성가족부에 의하면 19~34세 청년 6,570명을 조사한 결과 청년 여성의 74.6%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데 비해 남성은 18.6%만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청년 남성은 절반을 넘는 51.7%에 달했지만 이에 동의하는 여성은 7.7%에 그쳤다.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성장한 청년 세대가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 간접적으로 성차별 경험과 피해를 겪으면서 인식의 차이를 갖게 되었으며 남성과 여성 이용자로 분리된 온라인 커뮤니티의 정보 격차도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개인주의와 코로나19 팬더믹 등으로 남녀가 또래들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줄어든 것도 인식차이의 원인이 될 것이다.

성평등(性平等)은 모든 사람들이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성별에 근거하여 차별 대우를 받으면 안 된다는 관점이다. 성 평등의 목적은 사람들이 많은 분야에 걸쳐 평등한 대우를 받는 것만 아니라, 사람들의 제반 기회와 삶의 가능성이 평등해지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사회는 성평등과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문제로 심각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의회의 성 평등 교육 조례 발의, 달서구의회의 청소년노동인권조례, 달서구와 경북도의회의 성인지 예산 관련 조례 논의 등에 대해 성평등이라는 용어문제를 지적, 본질을 벗어나는 강한 반대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은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입법 추진을 권고한 후 그동안 총 7차례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못 하고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법안이 철회됐다.

젠더 갈등은 여성혐오로 나타나는 바, 이는 남성 혹은 여성이 여성에게 느끼는 증오와 공포이다. 여성은 원래 지적으로 열등하고,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며, 어린애 같거나 관능적이라는 신념들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을 비하하거나 멸시하면서 쉽게 성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여성혐오증이 발생하는 원인으로서,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키려는 가부장적 욕망은 이제 놓아버려야 한다. 우리 앞에 놓인 상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느끼는! 문제 여성과 남성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젠더 갈등은 현실을 개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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