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위기 주제’ 대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진보 성향의 정치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만나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주제로 대화했다고 14일 밝혔다.
윤 전 총장 측에 따르면, 최 교수는 이 자리에서 “적폐청산을 모토로 하는 과거 청산 방식은 한국 정치와 사회에 극단적 양극화를 불러들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 분열을 초래함으로써 개혁의 프로젝트가 무엇을 지향하든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적폐청산을 내건 개혁의 열풍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주화 이전의 민주주의관이 복원됐음을 말해준다”며 “이는 국정교과서 만들기와 다름없는 역사관”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초반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했던 윤 전 총장에게 쓴소리를 던진 셈이다.
이에 윤 전 총장은 “그런 상황이 정권 교체의 역사적 소명과 신념을 강화한다”며 “정권 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을 개혁이라 말하는 개혁꾼들,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 판치는 나라가 된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승자독식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자유시장경제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공정한 경제 질서를 헝클어뜨리는 행위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두 사람은 ‘개헌 불가론’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 교수는 “일각에서 개헌론을 꺼내지만, 지금은 개헌의 타이밍이 아니다”며 “지금은 집중화된 대통령의 권력을 하향·분산하는 개선책을 현행 헌법의 틀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 조항에 있는 국무총리의 위상과 역할만 바로 구현해도 대통령의 권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청와대의 우월적 독점으로 인한 국정 난맥상이 심각하다”며 “비서실장, 수석과 심지어 행정관이 내각을 지휘하고 있다는 게 공직사회의 불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 틀 안에 있는 총리의 역할이 보장되면 자연스럽게 집중화된 청와대의 권한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창준기자 cjcj@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