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살아가기(1) - 사람과 하나 다르지 않다
뱁새 살아가기(1) - 사람과 하나 다르지 않다
  • 승인 2021.07.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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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박사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은 ‘뒷감당도 못하면서 부질없이 욕심을 내다가는 크게 낭패를 당하게 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뱁새는 몸길이가 10cm 조금 넘는데 비해, 황새는 거의 100cm가 넘는 새입니다. 황새의 어원은 ‘한새’라고 합니다. ‘한’에는 ‘크다’의 뜻을 지니고 있으므로 곧 ‘큰 새’라는 뜻입니다. ‘황새’라 하여 어디에도 ‘누런 색(黃色)’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희고 검은 색이 어울려있을 뿐입니다. 황새는 다른 어느 새들 보다 다리가 늘씬하고 몸집이 크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모양입니다.

뱁새는 조작거리는데 비해 황새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습니다. ‘뱁새’라는 어원도 아마 몸집이 작은데다 재빠르게 움직인 데에서 기인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릴 때에 시골에서 참새보다 더 작은 몸집에 잿빛 털이 보숭보숭한 뱁새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잿털새’, ‘조막새’라고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

뱁새는 가시가 많은 찔레덩굴이나 탱자나무 가지 사이로도 포로록 날아다닙니다. 그러면서 더러 ‘비비비’ 하고 웁니다. 그래서인지 윤동주의 시에는 ‘비비새’라고 나옵니다. 더러 ‘부비새’라고 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뱁새는 우리나라 텃새입니다. 참새보다 더 많을 정도입니다. 뱁새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우리 둘레에는 머리 쪽은 붉은 갈색이고 아랫부분은 노란 갈색인 뱁새가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눈은 오목하게 들어가 있다 하여 일반적으로 ‘붉은머리오목눈이’로 불립니다.

뱁새에게 이처럼 많은 이름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특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얼마 전 비무장지대의 생명체에 대한 자연 다큐멘타리를 본 적 있습니다. 여기에 이 뱁새가 나왔는데 그 살아가는 모습이 인간과 하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끼들은 둥지 속에서 다섯 마리가 서로 입을 벌리고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첫 장면에 알이 여섯 개였는데 부화된 새끼는 다섯 마리 뿐이었습니다. 한 마리는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경쟁에서 밀려 잘못된 것으로 보입니다.

새끼들 중에서도 목을 길게 빼어 올리고 입을 크게 벌린 놈이 먹이를 더 많이 차지하는 듯 보였습니다. 물론 어미는 골고루 나누어 주었겠지만 몸집이 조금 더 큰 놈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눈을 뜨지 못하고 있을 때에는 어미의 기척을 듣고 입만 짝짝 벌렸는데 눈을 뜨고 부터는 경쟁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먹이를 얻어먹지 못한 큰놈이 방금 먹이를 먹은 작은 놈의 머리를 마구 쪼는 것이었습니다. 대여섯 번을 내리 쪼자 이리저리 피하던 새끼가 반격에 나섰습니다. 쪼는 놈의 아래쪽 부리를 물고 늘어진 것입니다. 쪼는 놈은 머리를 흔들어 떨쳐내려 했으나 당한 놈은 한참동안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싸움은 어미가 먹이를 물고 왔을 때에야 끝났습니다. 서로 먹이를 받으려고 어미를 향해 입을 벌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미는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나서 새끼가 눈 똥을 받아 삼키기도 하였습니다. 작은 둥지에 똥이 쌓이는 것은 막기 위해서이겠지만 밖으로 똥이 떨어지면 포식자가 몰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어미의 모성애는 새끼들을 이소(離巢)시킬 때에 또 발휘되었습니다. 새끼들이 다 자랐다고 생각한 어미는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하나씩 불러내었습니다. 새끼가 나오려하지 않자 둥지 밖에서 먹이를 물고 유인하기도 하였습니다.

용감하게 먼저 나온 놈도 있었지만 계속 멈칫거리다가 맨 나중에야 겨우 나온 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에도 희생이 따랐습니다. 둥지 옆 가지에 나란히 앉은 뱁새 새끼는 세 마리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두 마리는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일부분이기는 하나 뱁새의 모습에서 치열한 삶을 느낍니다. 과연 우리의 삶은 어떠할 지요. 이 세상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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