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설움이
다 보지 못하고
그저 눈감고 헤메이는
아픈 마음이 있다
누구나 그러할까?
나에겐
파도처럼 부서지는 고독이
산자보다 더 화려한 마네킹
터지는 살갗 속에 웃고 가는 사람
잡지를 파는 리어카
밤이면 거칠게 숨 쉬는 네온
그 속에 문명은 진열되고
누가 막은 적도 없이
나는 거리를 거닐고 있다
부딪치는 사람들 속에
모두가 그러하듯이
보헤미안의 미소처럼 덧없이
이 밤은 거리로 끌려 들어온다
엷은 미소로 스치우는 얼굴
사랑하는 사람 만남을 이루고
좋아하는 사람 나눔을 가지는 풍경
차 한 잔을 마시며
밤은 깊어지고
쓰디쓴 술잔을 비우며
내가 있는 거리는
내가 없는 거리는
언제고 묻지 않는 여유를 담은 채
별밤 속에 묻혀가고 있다.
◇강혜지= 서울産. 한국방송통신대학 일본어학과, 월간광장 시부문 신인상,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양문화예술협회 이사, 다선문인협회 운영위원, 한국미술인협회 회원. 2017년 대한민국 문예대제전 문화예술부문 심사위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상 수상(18), 불교TV 이사장상 수상(18).
<해설> 시를 읽는 동안 문득 아나똘리 리바코프의 “아르바뜨의 아이들”이 연상된다. 전혀 다른 풍경일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느꼈던 공기가 목가적이지는 않아서일까. 단지 제목에서 이 시의 내용과 결부시켰더라도 시는 별밤 속에 묻혀간 거리의 모든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빈 거리를 상상하며, 떠올리는 것이 실로 오랜만이다. 시는 때로는 멀리 잊힌 기억을 뜻밖에 소환하기도 하는 기능이 강하다.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