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탈장 - 선천성 서혜부탈장(사타구니탈장)에 대하여
소아탈장 - 선천성 서혜부탈장(사타구니탈장)에 대하여
  • 승인 2021.08.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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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둥
대구 마크원외과 원장
대한탈장학회 개원의 위원장


오늘 드문 경험을 했습니다. 소아 탈장(서혜부탈장=사타구니탈장)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을 원하는 7살, 12살 형제가 함께 내원한 겁니다. 영유아 20~30명 중에 한명 꼴로 진단되는 질환인데 그것도 형제가 동시에….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발생하는 과정 중에 고환이나 난소는 태아 뱃속에서 만들어지고 임신 7~9개월 사이에 이동해서 위치를 찾아갑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이동 통로에 남아는 초상돌기, 여아는 누크관이 생겨나는데 정상적인 이동이 끝나면 이 구조물들이 저절로 닫히는 게 정상이지만 일부 아기들은 이 통로가 열린 채로 태어나고 이를 통해 뱃속 장기가 들락거리는 상태를 소아 서혜부탈장이라고 합니다.

형제의 아버지가 말하길, 둘 다 세 살 때부터 사타구니가 튀어나오는 증상은 있었지만 이제야 방문했다고 합니다. 특히 7살 둘째는 최근 들어 통증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감돈 증상’입니다. 탈장 구멍으로 튀어나온 장기가 다시 뱃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구멍에 끼인 상태를 감돈이라고 하는데, 그대로 방치할 경우 장괴사로 이어질 수도 있는 합병증입니다. 알고 보니 아버지 역시 군대시절 탈장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본인도 어릴 때부터 튀어나오는 증상은 있었지만, 통증도 없고 불편하지 않아서 그냥 지내다가 군 입대 후부터 종물 크기도 커지고 통증도 발생해서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니 아버지도 너무 늦게 수술 받으셨네요. 그래도 수술 받아야한다는 것도 빠삭하니 잘 알고 계셨을 텐데, 왜 이제야 데리고 오셨어요?”

아버지는 머쓱해하며 본인도 20살 넘어서 수술 받았으니 자식들도 더 크면 수술 받아야지 하는 생각에 방심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사타구니 탈장은 사타구니가 불룩하게 튀어나왔다가 다시 평평해지기를 반복하는 증상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영유아기 때에는 울거나 대변을 볼 때 복압이 올라가면서 튀어나왔다가 저절로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저절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손으로 누르면 다시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럴 때에는 대개 통증이 없어 보채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튀어나온 상태를 눌러도 쉽게 들어가지 않으면 ‘감돈’이라고 봐야하고, 이때에는 튀어나온 부분이 단단해지고 주변이 부어오르고 남자 어린이의 경우 음낭이 푸른색을 띄기도 합니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영유아는 구역, 구토, 보채는 증상을 보이고 좀 더 큰 아이들은 복통을 호소합니다. 이런 감돈 현상은 어릴 때 일수록 더 잘 발생하는데, 특히 영유아 시기에는 부모가 영문을 모른 채 치료 시점을 지체하면서 결국 장폐색, 장괴사라는 위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아 서혜부탈장의 치료 원칙은 ‘진단 후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수술’입니다.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형제 둘 다 좌측 사타구니 탈장이 맞습니다. 특히 5살 더 어린 둘째는 습관적으로 뱃속의 대망(장을 덮고 있는 담요 같은 뱃속 구조물)이 탈장 구멍에 끼여서 통증을 유발하는 경증의 감돈 증상이 반복되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둘 다, 특히 둘째는 가능하면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탈장 치료는 수술이 유일합니다. 반드시 인공막 등을 이용해서 복벽을 보강해줘야 하는 성인 서혜부탈장과는 달리, 선천성 소아탈장은 탈장구멍을 실로 묶어주는 ‘결찰술’만으로 충분합니다. 탈장된 부위를 2~3㎝ 정도 절개해서 시행하는 전통적인 ‘고위결찰술’이 있지만, 0.5~1cm 직경의 구멍을 여러 개 뚫어 시행하는 복강경 결찰술이 있고, 최근들어 배꼽 안쪽에 1cm 미만의 구멍 하나만으로 시행하는 단일통로 복강경 결찰술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복강경수술은 정관과 혈관 등을 조작할 필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중요 구조물의 손상을 줄일 수 있고 수술 전에 진단할 수 없었던 반대쪽 사타구니의 ‘잠복탈장’을 진단하고 동시에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행 빈도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두 아들은 아버지 바람대로 같은 날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감돈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동생 덕에(?) 생각보다 더 빨리 수술 날짜가 잡히자, 12세 형님의 눈망울이 촉촉해졌습니다. 7세 동생은 뭘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싱글벙글 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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