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영역 서비스 플랫폼,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전문영역 서비스 플랫폼,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 승인 2021.08.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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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 가야 할 병원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가능하면 내가 가진 병증을 잘 알고 많은 임상 경험을 보유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게 맞는 의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인의 추천이나 포털사이트, 그리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정보를 찾아보지만,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모든 정보가 정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선택이 어렵다. 나 역시 그랬다. 지인 찬스를 비롯한 여러 정보로 내게 필요한 의사를 찾고도 내 선택이 맞는지 다시 고민했다. 법률적인 문제로 변호사를 찾는 것은 병원 선택보다 더 어렵다. 아마 법률적인 문제가 건강보다는 덜 가까운 분야이기도 하거니와 찾는 빈도 면에서도 낮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닥친 입장에서는 내게 적합한 변호사를 꼭 찾아야만 한다. 이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변에 묻거나,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거나, 인터넷 카페를 다니며 유사 사례를 찾는다. 유사 사례의 변호사를 찾았다 하더라도 나의 사례에 적합한 변호사라는 확신이 없어 막상 상담하기가 망설여진다. 물론 이런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 정부에서 운영하는 법률 상담 서비스가 있긴 하지만 상담이 아닌 실행을 위해서는 또다시 적합한 변호사를 직접 찾아야만 한다.

이렇게, 법률이나 의료 분야는 정보 비대칭으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 어려운 분야다. 누구나 직접 닥쳐야만 찾아가는 분야이면서 스스로 해결(?)하기도 어려운 분야다. 이런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전문분야 서비스 플랫폼이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인 ‘로톡’, 세무회계 서비스 플랫폼인 ‘자비스앤빌런즈’, 미용·성형 정보를 제공하는 ‘강남언니’와 ‘바비톡’, 원격진료와 처방 약 배송 서비스 플랫폼인 ‘닥터나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반갑기만 한데, 한편에서는 대립의 목소리가 크다.

최근에 알려진 대립은 바로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볍협)’의 다툼이다. 지난 5월 변협은 변호사가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가입만 해도 징계를 받도록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로톡’의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는 변협의 광고 금지 규정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후 변협은 ‘로톡’ 가입 변호사 500명의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하면서 대립은 계속됐다. 양측의 대립이 길어지자 지난 24일 법무부는 법률 서비스 ‘로톡’의 운영이 ‘합법’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변협은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며 서울지방변호사회와 함께 로앤컴퍼니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이 다툼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입장은 착잡하다. 전문분야 서비스 플랫폼은 전문분야에 대한 소비자의 문턱을 낮추고 수요자와 공급자를 빠르게 연결하는 편리한 서비스기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어 전문분야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요구도 높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문분야 서비스 플랫폼이 운영을 시작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리걸줌(법률)과 텔라독(의료)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일본의 벤고시닷컴(법률)은 변호사 절반이 가입한 최대 규모의 법률 서비스 플랫폼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이러한 해외사례에서 보듯이 전문서비스 플랫폼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전문분야에 대한 소비자의 문턱을 낮추는 서비스가 있었다. 바로 포털사이트의 광고나 전문지식 등의 서비스가 전문가와 소비자를 연결해왔다. 포털에서 해온 이런 서비스를 전문분야로 나누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전문분야 서비스 플랫폼인 셈이다. 소비자가 난생 처음 접하는 서비스가 아닌 익숙한 플랫폼일 뿐만 아니라 양질의 편리한 서비스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때문에 서비스의 여부를 두고 대립과 다툼으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전문가 단체가 먼저 나서서 서비스의 공공성과 투명성, 신뢰성 등 플랫폼의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때 이를 감시하고 감독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질적으로 우수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전문분야 서비스 플랫폼은 이제 ‘운영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용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언제나 그렇듯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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